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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외교' 키신저에 "라오펑유" 애도…中국영방송은 2분 추모영상(종합)
기사 작성일 : 2023-11-30 18:00:57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신화 자료사진]

(베이징= 한종구 특파원 =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자택에서 별세하자 중국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관영매체들은 키신저 장관 별세 소식을 긴급·주요 기사로 보도하며 1970년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핑퐁외교'를 주도한 점을 부각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이례적으로 30일 오전 고인의 생애를 돌아보는 1분 57초 분량 영상을 방영했다.

CCTV는 영상에서 "키신저 전 장관은 중미 관계 발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活化石)으로 불린다"며 "그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방중을 성사시켜 세계를 뒤흔든 '태평양을 넘어서는 악수'를 이뤄냈다"고 극찬했다.

중국신문망은 키신저 전 장관을 향해 '중미 관계의 증인'이라고 부르며 그가 생전에 중국을 100차례 방문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신경보도 "키신저 박사는 1971년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고,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네티즌들도 키신저 전 장관의 별세 소식에 '한 시대의 막이 내렸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향해 '중요한 역사적 발전을 추진한 인물'이라거나 '중미 관계의 증인이자 수호자'라고 평가했다. "편히 가세요"(一路走好)라는 댓글도 많았다.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이날 오후 키신저 전 장관 별세 소식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셰펑 주미 중국대사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키신저 전 장관 별세에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미국과 세계에 큰 손실"이라고 적었다.

또 "역사는 100세 노인이 중미 관계에 기여한 공헌을 기억할 것"이라며 "그는 중국 인민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만난 시진핑 주석과 키신저 전 장관


[신화 자료사진]

중국의 이같은 애도 열기는 고인이 미중 외교 관계에서 차지하는 존재감 때문이다.

그는 1971년 두 차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가졌고, 이는 이듬해 2월 닉슨 대통령의 방중 및 마오쩌둥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미중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23년간의 적대관계를 뒤로 하고 관계개선에 나선 역사적 순간이다.

CCTV가 "닉슨 미국 대통령의 공식 방중을 성사시켜 세계를 뒤흔든 '태평양을 넘어서는 악수'를 이뤄냈다"고 극찬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주도로 1971년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하며 양국 간 교류가 시작돼 이를 '핑퐁외교'라고 부른다.

이듬해 닉슨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 당시 주석과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고, 이때 두 정상은 공동성명인 '상하이 코뮈니케'에 서명했다. 이것은 이후 1979년 양국 공식 수교의 발판이 됐다.

이후로도 그는 중국을 자주 찾았다. 그가 가장 최근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7월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고인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라오 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는 뜻)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뒤 "중미 관계를 올바른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미국의 대중(對中) 고율 관세나 첨단산업 제재 등으로 미중 관계가 갈등 일로였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보낸 고위 관리들을 외면했지만, 키신저 전 장관만큼은 예외적으로 만나 '라오펑유'로 칭했다. 미중 외교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중국은 신뢰하는 외국 고위급 인사를 지칭할 때 '라오펑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 주석은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의 100세 생일과 중국을 100여 차례 방문한 것을 언급하며 "두 개의 100이 합쳐진 이번 중국 방문은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 방문 약 2개월 전인 올해 5월에 100세 생일을 맞았다.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깊은 애도를 표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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