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투자은행 홈페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 정빛나 특파원 = 유럽투자은행(EIB)이 2018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에 2억 유로(약 2천900억원) 규모의 부실 대출을 승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폴리티코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 부패방지국(이하 OLAF) 내부 문건에 따르면 OLAF는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후다크 버질 전 EIB 부총재를 대출 승인 관련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슬로바키아 경제장관을 지낸 후다크 전 부총재는 부다페스트 공항에 대한 EIB 대출 승인이 이뤄진 시기인 2016년 10월∼2019년 10월 EIB의 중부·동유럽 부문 업무를 총괄했다.

이어 석 달 뒤인 2020년 1월 부다페스트 공항 이사회에 합류했다.

OLAF는 그가 대출 승인 대가로 공항 이사회로 자리를 옮기는 '개인적 혜택'을 받았을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EIB 퇴직 후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12개월간의 직무이동 제한 기간(cooling-off period) 준수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출 승인 과정도 부실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부다페스트 공항이 확장을 위한 자금 조달 명목으로 대출받았으나 대출 심사 과정에서 EIB가 정한 환경·사회적 기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3월 헝가리 비정부기구(NGO) 2곳도 공항 확장사업 대출과 관련한 민원을 EIB에 제기한 바 있다.

당시 EIB는 내부 점검 결과 공항 확장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확장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와 소통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대출은 중단없이 계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다크 전 총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폴리티코에 보낸 이메일에서 대출 심사는 자신이 아닌 EIB 직원들이 담당했으며 승인 결정은 EIB 경영위원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부다페스트 공항 이사직에 대해서도 2020년 1월 발탁된 건 맞지만 공식적으로 업무를 개시한 건 직무이동 제한 기간이 끝난 같은 해 11월이라고 주장했다.

환경 관련 NGO 연합단체 뱅크워치는 "노골적인 이해상충이 공항 확장사업 대출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질 때까지 EIB는 대출 자금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EIB는 EU의 국제 개발 정책 자금 조달과 관련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세계 최대 국제 공공은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