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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살인'에 中 발칵…미성년범죄·농민공 자녀 방치 논란
기사 작성일 : 2024-03-19 18:00:56

중국 학폭 살인 시신 암매장 장소


[중국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봉석 기자 = 10대들이 평소 괴롭히던 동급생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중국이 충격에 빠졌다고 현지 언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일 중국 북부 허베이성 한단에서 발생했다.

중학생 장모군 등 3명은 같은 반 왕모군을 얼굴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기로 폭행한 뒤 숨지자 비닐하우스에 암매장했다.

왕군의 아버지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잔혹하다"면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의 범행은 왕군과 자주 통화를 해왔는데 휴대전화가 꺼져있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친척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경찰은 인근 CCTV에서 장군 일행이 스쿠터에 앉아있는 왕군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다음 날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았다.

이들은 미리 구덩이를 파놓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의혹을 받고 있으며, 평소에도 왕군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등 괴롭힘을 일삼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한 누리꾼이 '공개 처형! 전국 생방송'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중국인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형사처벌 연령 하향을 골자로 하는 형법 개정안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른 13세 소년이 10세 소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을 계기로 2021년 고의살인, 고의상해 등 일부 범죄의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췄다.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모두 농민공(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떠난 농민)의 자녀들이라는 점에서 자녀 방치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에는 농촌 부모들이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남에 따라 조부모 등 친척에게 맡겨진 아동들이 2020년 기준 6천7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정신 건강 위험에 놓인 이들 아동은 왕따나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베이징의 장둥수오 변호사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지도 부족은 오랜 사회적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도 웨이보(微博·중국판 X)를 통해 "시골 미성년자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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