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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폰 통째 보관' 수사관행 적법성 논란…"법 개정" 목소리도
기사 작성일 : 2024-03-27 18:00:40

대검찰청


[ 자료사진]

황윤기 기자 =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까지 포함된 디지털 증거를 압수해 보존하는 실무 관행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적법하게 수집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민간인 사찰'이라며 국정조사를 하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낡은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 스마트폰 '전체 이미지' 복제·보존하는 검찰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 기관이 피의자의 물건 등을 압수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범죄 사실과 관련 있는 것(유관 정보)만 선별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흉기나 자동차를 압수하는 것은 단순하지만 업무 수첩과 같이 특정한 '정보'가 담긴 압수물은 문제가 복잡해진다.

압수 대상이 하드디스크나 스마트폰과 같은 정보저장매체라면 더 복잡하다. 무수한 전자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에 그중 유관 정보만을 찾아서 추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난해한 데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검찰은 스마트폰을 압수하면 내부의 모든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서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업로드한 뒤 실물 스마트폰은 반환한다.

이후 피의자와 합의한 기준에 따라 이미지 파일 중 유관 정보를 선별하고 피의자에게 압수한 파일의 목록을 교부한다.

디넷에 업로드된 전체 이미지 파일은 불기소 처분이나 대법원 확정판결 등으로 보존 필요성이 없어질 때까지 보관한다.


휴대전화 데이터 저장 형태


[대검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영장 범위 어겼다" vs "적법하고 불가피"

논란의 핵심은 이 같은 전체 이미지 파일을 보관하는 것이 적법한지, 검찰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신뢰할 수 있는지다.

검찰은 '기술적 한계'를 주요 논거로 든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 스마트폰 내 정보 대부분은 기술적으로 일부만 따로 추출할 수 없어서 전체 파일의 추출 및 보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첩 내용 중 일부만 뜯으면 증거물 훼손이 되므로 수첩 자체를 유관한 증거로 보관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울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증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할 경우 전체 이미지 파일이 없으면 증거의 동일성·무결성을 입증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관 정보가 검찰의 데이터베이스에 보존되는 것이므로 영장에 의해 유관 정보만 엄격히 압수하도록 정한 형사사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법이 정한 원칙을 어기는 것이 검찰의 편의주의적 태도라는 주장도 있다. 선별 정보를 추출할 방법을 찾거나 전체 이미지 파일 없이도 동일성·무결성을 입증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존된 정보를 어떻게 관리·사용하는지도 쟁점이다. 검찰은 수사팀을 비롯한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공판에서 증거능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예외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압수했던 범죄사실과 무관한 별건 수사·재판에 증거로 사용하지 않고 그 밖의 용도로 활용하지도 않으므로 '민간인 사찰'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검찰이 이를 위법하게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 확보된 문자메시지가 다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되기도 했다.

검찰이 엄격히 정보를 관리하더라도 악용할 가능성을 제거할 수 없으므로 보존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사회 전반적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회견 하는 조국 대표


이정훈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자료사진]

◇ 압수 범위로도 논쟁 확대…"해묵은 형사소송법 개정해야" 목소리도

논쟁은 '압수 범위'로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와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로부터 사건과 무관한 정보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의 압수 목록에는 '고발 사주' 의혹과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를 둘러싼 의혹에 관한 취재 파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선별된 대화 전체 내용의 해석이나 범행 동기 등의 입증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부분에 한정해 압수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협의도 충분히 거쳤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해묵은 논란이기도 하다.

형사소송법상 전자정보의 압수에 관한 규정은 2011년에 신설됐지만 '압수 목적물이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해 출력하거나 복제해 제출받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유관 정보만 압수해야 한다는 규정도 '법원은 필요한 때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해 증거물을 압수할 수 있다'라고 정해뒀을 뿐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도 전에 만들어진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나머지 공백은 사실상 대법원이 판례로 메우는 실정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 중 다른 범죄에 관한 증거가 발견되면 수색을 멈추고 추가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법리, 압수 과정에서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리 등을 판례로 제시했다.

그러나 '다른 범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피압수자'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등 복잡한 쟁점이 많아 혼란이 여전하다.

법조계에서는 근본적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판결을 존중하지만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에 관해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에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정보의 보관·폐기에 관한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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