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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러시아 선박·기관·개인 독자제재…북러 협력 정면 겨냥(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4-02 12:00:12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적발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선박 '금운산 3호'가 지난해 12월 9일 공해상에서 파나마 선적 '코티'로부터 석유를 옮겨싣는 모습 [미 재무부 제공]

김지연 김효정 기자 = 정부는 2일 북러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정보기술(IT) 인력 등 북한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곳·개인 2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는 모든 유엔 회원국에 북한과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을 금지토록 하며,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토록 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선박 2척('레이디 알'·'앙가라')은 다량의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했다.

제재 대상 선박은 선박입출항법 및 그 시행령에 따라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국내에 입항할 수 있다.

외교부는 "러시아가 북한의 대러 무기 수출에 대해 제공하는 대가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거나 우리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추가 조치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러시아 기관 2곳과 각 기관의 대표인 개인 2명은 IT 인력 등 북한의 해외노동자 송출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했다.

구체적으로 '인텔렉트' 유한책임회사(LLC)와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코즐로프 대표는 북한 IT 인력의 러시아 내 활동을 위해 필요한 신원 서류를 제공함으로써 북한 국방과학원의 외화벌이 활동을 조력했다.

또 '소제이스트비예'와 이 회사 대표 알렉산드르 표도로비치 판필로프는 편법으로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입국·체류를 지원하는 등 북한 노동자 러시아 송출에 관여했다.

지난달 말 발간된 유엔 안보리 북한제재위 패널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약 2년간 러시아 고용주가 북한 노동자를 불법 고용한 혐의가 드러난 법원기록이 약 250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최소 4건의 경우 북한 노동자에게 노동허가가 발급됐다.

정부가 북러 협력과 관련해 러시아 개인이나 단체를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계 러시아인 최천곤과 그가 설립한 러시아 무역회사 '앱실론'을, 지난달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IT 회사인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연계돼 활동한 러시아 기업 '앨리스(Alice LLC)'를 독자제재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북러 군수물자 운송이나 북한의 대러 노동자 송출을 정면으로 겨냥해 여러 러시아 선박·기관·개인을 제재하는 것은 사실상 첫 사례다.

특히 이번 제재가 발표된 시점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추적해 온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근 중단시켰다는 점에서다.

국제사회는 북러간 불법적 협력이 심화하면서 패널의 조사 내용이 점차 러시아를 겨냥하게 된 것이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앙가라호'의 북러간 물자 수송 활동은 가장 최근 발표된 패널 보고서에서 다뤄진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제재는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러북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여타 러북간 불법협력에 대응하는 조치로서 그간 우리 정부는 관련 검토를 진행해 왔다"며 안보리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불발에 대한 대응조치라는 관측은 부인했다.

하지만 전문가 패널이라는 보편적인 제재 감시 수단이 사라짐에 따라 제재 위반을 차단하기 위한 한미의 독자적 조치는 앞으로 활성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군사협력 등 북한과의 일체의 불법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계속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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