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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들, 강진에 놀란 가슴…"2천여명 숨진 25년전 악몽 떠올라"
기사 작성일 : 2024-04-03 16:00:58

대만 신베이시 지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인 현지 당국


[대만 중앙통신사·AFP=]

(타이베이= 김철문 통신원 = "정말 무서웠어요."

대만 생활 30년이 넘은 한국인 이모씨는 3일 오전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1999년 규모 7.6의 지진으로 2천명이 넘게 숨진 '921 지진' 악몽이 떠올랐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타이베이시에 살고 있는 그는 이날 오전부터 진동이 느껴지고, 옆집 강아지가 계속 짖는 소리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대피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씨는 "건물이 상하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며 무서웠던 당시 순간을 설명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전 7시 58분(현지시간)께 대만 동부 화롄(花蓮)현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대만 당국은 이날 지진 규모가 7.2라고 밝혔다.

대만 기상서(기상청) 지진모니터링센터는 이날 정오까지 총 58회의 여진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규모 6 이상이 오전 8시 11분께(6.5)와 10시 14분께(6.2) 각각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진앙은 인구 30만명의 화롄현에서 남남동 방향으로 25㎞ 떨어진 곳이며, 지진 심도는 15.5㎞다. 지진 취약 지역인 필리핀해판(Philippine Sea Plate) 내 숨겨진 부분에서 이날 지진이 시작된 것으로 대만 당국은 보고 있다.

대만은 본토 상당 영역이 지각·화산 활동이 왕성한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해있고, 화롄현은 그중에서도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2022년 5월과 6월, 12월, 작년 10월 등에도 규모 6이 넘는 지진이 발생해 대만 곳곳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앞서 언급된 25년 전의 '9·21 지진' 역시 화롄현과 서쪽으로 맞닿은 내륙 난터우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화롄 지역 출신인 대만인 쉬모씨는 와 통화에서 고향 집에서 이번 지진과 마주했다면서 "여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마침 고향 집에 일이 있어서 재택근무를 하던 중이었다"며 "여진 때문에 계속 어지럽다"고 전했다.

지진이 발생 당시 수도 타이베이에서도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 역시 대만에 살면서 이번처럼 심하게 건물이 흔들린 경우는 처음이었던지라 출입문을 열어 놓는 등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타이베이의 한 직장인은 "출근 도중 갑자기 지하철이 흔들렸고, 지하철이 정지해 밖으로 나왔다"면서 "계속 흔들리는 통에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랐다"고 대만 EBC 방송에 말했다.

다른 대만인은 "처음에는 일상적인 지진이라고 생각했으나 갑자기 도로가 흔들리고 여진이 계속돼서 당황했다"며 "그나마 건물 내부가 아니라 도로에서 지진을 만나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대만 기상 당국은 이날 지진은 규모 7.6 지진으로 약 2천400명이 숨지고 건물 5만채가 파손된 1999년 9월 21일 발생한 지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대만 사람들이지만 이른 아침 25년 만의 강진이 강타하자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지인의 안부를 묻고 무사 평안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대만 당국은 앞으로 나흘 동안 규모 7.0의 여진이 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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