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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좌클릭 금융정책' 행보…85경9천조원, 국가목표 향해 재편
기사 작성일 : 2024-04-04 11:00:24

인교준 기자 = 중국이 461조위안(약 85경9천조원)에 달하는 자국 금융을 수익성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발전 등 국가 목표 달성을 위해 재편할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학습시보 등 중화권 매체가 4일 보도했다.


중국은행 사무실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산하 최고 경제정책 결정 기구인 중앙재정경제위원회(이하 중앙재경위)가 근래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에 게재한 글을 통해 이 같은 중국 금융 운용 계획을 밝혔다.

우선 중앙재경위는 "중국의 경제 발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으며 (금융) 공급 측면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라고 짚었다.

작금의 중국 금융이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과 부채에 눌린 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과 같은 시스템적 위험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가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어서 재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앙재경위는 그러면서 "금융 공급 측면의 구조 개혁을 심화하는 것이야말로 양질의 금융 발전을 촉진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작년 10월과 지난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재경위 회의에 참석해 이런 재편을 암시하는 "금융 초강대국 건설"을 강조한 바 있으며, 중앙재경위의 이번 입장 표명은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한 후속 조치 성격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중국 내에선 국영은행의 급여 삭감 조치, 파산 가능성이 큰 여러 중소 은행에 대한 합병 명령, 무면허 금융 활동 단속 조처가 이뤄졌으며 이는 금융 기능 재편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중앙재경위는 "중국 금융의 경쟁력과 포용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미국 월가 스타일의 관행을 억제하고 수익성보다는 금융 시스템의 최우선 가치인 기능성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의 주톈 교수는 SCMP에 "이제 중국에서 좋든 싫든 은행 등 여타 금융기관은 중앙재경위가 지시하는 하향식 지침과 점검에 따라야 하며 이에 적응하려면 중국 당국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 교수는 이어 "변화가 다가오고 있고 기존 비즈니스 수익 모델은 더는 적용이 불가능할 수 있으며, (그걸 고집한다면) 곤경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CMP는 461조위안에 달하는 중국 금융 가운데 어떤 형태로든 중국 정부 소유 은행의 자금 운용 비율은 90% 수준이고 외국인 자금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결국 중앙재경위 의지대로 향후 중국 금융이 재편되리라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 10월 세계무역기구(WTO)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 경제 제에 편입된 이후 자국 금융권 역시 월가 금융권을 모델로 재편한 바 있다.

씨티은행·HSBC 등 외국의 전략적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다했고 중국 내 은행들도 서방 은행가들이 포함된 이사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앞다퉈 홍콩·뉴욕·런던 주식시장에 상장해왔다.

특히 2020년 중국 당국은 외국인의 중국 내 은행 소유 한도를 폐지해 모건 스탠리·골드만 삭스 등이 입지를 확장하는 조처를 해왔다.

이를 통해 중국 내 국영·상업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은 최상의 고연봉 직장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경기 침체기를 맞아 시 주석 주도로 금융기관 개혁과 재편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월가를 포함한 서방 금융 모델은 중국에 부적절하며 중국의 특성에 맞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총리


[ 자료사진]

중앙재경위는 당국이 금융산업을 견제하지 않은 채 각 금융기관이 이익만 도모하도록 허용하면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재앙이 초래될 수 있어 경기 부양 정책 등 국가 지침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조직 개편에 착수했다고 SCMP는 짚었다.

실제 2022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3기 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은 이듬해인 2023년 3월 당·국가 기구 조직 개편을 통해 행정부 격인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를 폐지하고 공산당 중앙금융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국무원에 일임했던 금융 정책 결정·조율권을 당에 넘긴 것으로, 이를 통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재경위와 함께 공산당이 금융을 포함한 모든 경제정책 관할권을 틀어쥔 조치로 해석됐다.

중앙금융위원회는 리창 총리가 주임을 맡아 운용하지만, 중앙재경위를 포함한 여타 중앙위원회는 시 주석이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중국 금융정책의 '좌클릭'으로 비쳐 외국 자본의 '탈(脫)중국'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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