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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윤대통령-전공의 대표 만남…대화 모멘텀 살려나가야
기사 작성일 : 2024-04-04 20:00:33

尹대통령, 박단 전공의 대표 면담


[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전공의 측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4일 만났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7주 만에 의정 간에 의미 있는 만남의 자리가 성사됐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2시간 20분간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윤 대통령은 박단 비대위원장으로부터 현 의료 체계의 문제점을 경청하며 전공의 처우와 근무여건 개선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다른 전공의들과 동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왔고, 대통령실에서도 참석자를 최소한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면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면담 시간이 2시간이 넘을 만큼 비교적 길었던 만큼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방안을 놓고 솔직한 의견 개진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면담을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할 돌파구나 의미 있는 진전을 당장 마련하진 못한 듯 하다. 대통령실은 면담 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 비대위원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의대증원 백지화'를 포함해 대전협이 지난 2월 7개 요구안을 제시했던 데서 큰 접점 마련이 없었던 것으로 읽힌다.

당장 이번 만남으로 의정 갈등 사태가 일거에 해결되기는 힘들 것이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의료 공백이 심화하고 이에 따른 국민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모적인 대치 국면을 접고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화의 첫발을 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진통이 있겠지만 대화의 끈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 개혁 정책의 최종결정권자인 대통령과 의대 증원에 가장 강하게 집단반발하고 있는 전공의 측이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 필수·지역의료를 회생시키는게 의료 개혁의 근본 목적이고 의대 증원은 그 수단에 불과하다면 의료계와 정부 모두 해결책을 못 찾을 이유가 없다.

정부나 전공의가 주목해야 할 곳은 한계상황에 다다른 의료현장이다. 현장에 남아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이고, 언제 어디서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감이 팽배해있다. 이른바 빅5를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비상경영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상반기 인턴 예정자의 96%가 임용을 포기하면서 의사 수급 체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의료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며 수년간 의료공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나 전공의 모두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어렵사리 대화의 장이 마련된 만큼 끈질기게 타협과 절충을 시도해 책임 있게 사태를 수습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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