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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에 나무 곁으로…' 식물박사 이병천씨 별세
기사 작성일 : 2024-04-05 22:00:30


[유족 제공]

이충원 기자 = 국내 최초로 백두대간 식물조사를 한 이병천(李炳天) 전 우이령사람들 회장이 5일 오전 5시께 경북 영덕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1세.

1953년 경북 칠곡생인 고인은 어릴 때는 역사와 문학(시)에 관심을 뒀지만, 영남대 조경학과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식물 공부에 빠져 경북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산림청 산하 광릉수목원(현 국립수목원) 조성 연구원으로 들어가 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국립수목원 임업연구관으로 일했다.

고인은 1995∼1998년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 직접 종주해가며 국내 최초로 백두대간의 산림생태계를 조사했다. 이런 노력은 2003년 백두대간보호법 제정으로 결실을 맺었다. 1996∼2000년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인접 지역의 생물다양성 조사를 사상 처음으로 벌여 2000년 종합보고서 발간을 주도했다. 이 조사를 토대로 인제 향로봉 일대가 유전자원보호구역을 거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식물·곤충·도감·표본 등 90여 만 건에 대한 국가 생물종 지식정보시스템을 구축, 한국이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생물정보 국가순위 34위에서 17위로 뛰어오르는 데 기여했다. 30여년간 발품을 팔아 만든 자료를 모아 2012년 '한국의 희귀식물'을 펴냈다.

2013년 산림청 정년퇴직 직후 환경단체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회장에 취임했다. 2017년 6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가리왕산이 훼손된 데 항의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려고 애썼다. 6년 넘게 투병한 끝에 식목일인 5일 새벽 작고했다. 2014년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주는 '올해의 환경인상'을 받았다.

후배인 오승환 경북대 교수는 "멸종위기식물인 광릉요강꽃과 제주비자란을 인공증식하고 현지 복원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무엇보다 처음으로 백두대간 식물조사를 한 것과 희귀식물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기준에 맞게 체계화한 공적은 길이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산림의 역사와 현장에 가장 정통했던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유족은 부인 이도희씨와 사이에 1남1녀(이상훈·이주리)가 있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202호실, 발인 7일 오전 8시10분. '수목장으로 나무 곁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유골은 충남 보령 국립기억의숲 추모원에 모셔질 예정이다. ☎ 070-7816-0235



[우이령사람들 제공]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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