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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최고법원 "스위스, 온실가스 대응 부족으로 인권침해"
기사 작성일 : 2024-04-09 19:00:55


(스트라스부르 로이터=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회원들이 9일(현지시간) 유럽인권재판소 앞에서 '기후 정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파리= 송진원 특파원 =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아 고령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유럽 최고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각국에서 환경 운동가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소송을 내 이긴 적은 있지만 국제 법원에서 특정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9일(현지시간)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 판결을 했다.

64세 이상의 스위스 여성 약 2천400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아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후 변화엔 모든 스위스인이 영향받지만 특히 자신들과 같은 노인 여성들이 가장 취약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여름 폭염으로 유럽 전역에서 6만1천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여성으로 집계됐다.

애초 이 단체는 2016년 스위스 법원에 처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스위스 대법원은 노인 여성의 권리가 침해됐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단체는 스위스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사건을 들고 갔다.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섭씨 2도까지 막을 수 있을 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은 것이 유럽인권조약상 생명권과 자율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인권재판소 역시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그러나 프랑스 전 시장과 포르투갈 청소년 6명이 제기한 유사한 소송은 모두 기각했다. 이들 역시 유럽 정부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며 소송에 나섰다.

이날 유럽인권재판소의 기각 판결엔 항소할 수 없다. 다만 이들은 이를 근거로 다시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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