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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장 맞은 콜롬비아 검찰, 우리베 前대통령 '증인매수' 기소
기사 작성일 : 2024-04-10 07:01:00

지난해 11월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 하는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전 대통령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 이재림 특파원 = 알바로 우리베(71)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증인을 매수해 소송 사기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전격 기소됐다.

이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이 형사 재판을 받는 첫 사례다.

콜롬비아 검찰은 9일(현지시간) 사기 및 뇌물공여 혐의로 우리베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피고인과 그의 변호인,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평하게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됐음을 알린다"고 강조했다.

2002∼2010년 집권한 우파 우리베 전 대통령의 이번 사건은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좌파 정당 소속 이반 세페다(61) 상원 의원은 2012년께 우리베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우익 민병대를 직접 창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등 좌익 반군에 맞선 우익 민병대는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고 마약 밀매에 관여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세페다 의원이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수감 중인 전 민병대원을 매수해 증언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8년에 세페다 의원이 아닌 우리베 전 대통령에 대한 증인 매수 수사를 개시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우리베 전 대통령은 상원 의원이어서, 고위 공직자 비위나 범죄 혐의 조사와 관련한 이 나라 규정에 따라 검찰이 아닌 대법원에서 먼저 의혹을 살폈다.


루스 아드리아나 카마르고 콜롬비아 검찰총장


[콜롬비아 대법원 제공.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콜롬비아 대법원은 "우리베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전 민병대원에게 돈을 주며 우리베 전 대통령이 민병대 창설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번복하고 우리베에게 유리하게 진술할 것을 압박한 정황이 있어 보이는 만큼 관련 사실관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후 2020년 8월 우리베 전 대통령이 상원 의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사건을 검찰에서 맡았지만, 프란시스코 바르보사(50) 당시 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별다른 조사 없이 그대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바르보사 전 총장은 우리베 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이반 두케(47)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콜롬비아 첫 좌파 정부를 이끄는 구스타보 페트로(63) 현 대통령과도 사사건건 충돌한 바 있다.

상황이 급반전한 건 임기를 채우고 자리를 떠난 바르보사 전 총장의 후임으로 지난달 12일 루스 아드리아나 카마르고(58) 검찰총장이 취임하면서다. 콜롬비아에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을 대법원에서 선출한다.

카마르고 총장이 이끄는 검찰의 이번 결정에 따라 우리베 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서 형사기소된 첫 전직 대통령 사례로 기록됐다고 현지 일간지인 엘티엠포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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