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미 "가자북부에 '극심한 굶주림' 시작"…고위당국자 첫 공개진단
기사 작성일 : 2024-04-12 12:01:05

기난 3월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라시드 도로를 따라 북부에서 남부로 걷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과 아이들


[EPA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기근(광범위한 장기간 굶주림)이 진행 중이라는 미국 고위 당국자의 공개 발언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은 전날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가자 북부에 기근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USAID 직원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 기근이 시작됐다'고 전문을 보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한 호아킨 카스트로(민주·텍사스)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가자 북부는 이스라엘군이 작년 10월 7일 가자에서 먼저 전쟁을 시작한 곳으로 특히 큰 피해를 봤다. 구호품은 대부분 남부의 국경 검문소를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가자 안에서도 외부 도움이 닿기 어려운 지역이다.

파워 처장은 "가자 일부 지역, 특히 가자 북부지역이 이미 기근을 겪고 있다는 게 타당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카스트로 의원의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최근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의 평가를 언급하며 "그것은 그들의 평가이고 우리는 그 평가가 신뢰할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스트로 의원은 "그러면 그곳에선 이미 기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파워 처장은 "그렇다"고 확인했다.

IPC는 식량 불안을 측정하는 전세계적인 표준 지표로, 배고픔을 측정하는 '리히터 규모'(지진의 규모 단위)로 비유된다.

IPC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신 증거에 따르면 가자 북부에 기근이 임박했으며 3월 중순에서 5월 중순 사이 언제든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의 70%가 (식량 위기 심각성의 최고 단계인) 5단계(재앙)에 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맨사 파워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처장


[EPA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파워 처장은 이후 증언에서 전쟁 발발 후 가자 어린이들의 심각한 영양실조 비율이 "눈에 띄게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7일 이전 가자 북부 영양실조 비율은 거의 0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어린이 3명 중 1명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세 미만 심각한 급성 영양실조 비율은 1월 16%에서 2월 30-%로 늘었다"며 "3월 수치를 기다리는 중이지만,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파워 처장은 의회에 더 많은 인도주의 기구가 가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의회에 "이스라엘 협력국들이 약속을 실제 이행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미국은 하마스가 상당한 규모의 식량 지원을 강탈하고 있다는 증거를 협력 기구들로부터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민간인을 위한 구호품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마스는 이러한 의혹을 부인해왔다.

파워 처장은 "우리는 하마스가 식량을 어디로 제공할지 지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하마스가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이스라엘 정부가 봤다면 우리도 그에 대해 듣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자에 구호품 반입을 늘리겠다는 최근 이스라엘의 발표에도 실제 이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정황도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로 가는 구호품 트럭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유엔 기록과도 맞지 않으며 이미 흔들리는 듯 보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제레미 코닌디크 국제난민협회 회장은 가디언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적게 있다"며 "실제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접경지역에 있는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트럭


[로이드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이스라엘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통화 이후 가자로 가는 구호트럭의 일일 반입량이 약 400대로 두배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난 9일 구호트럭이 246대로 정점을 찍은 후 10일엔 141대로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차이는 이스라엘과 구호단체 간 집계 방식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에레즈 등에 구호품 반입을 위한 검문소를 열겠다고 미국에 약속해왔다. 그러나 양국 정상 간 통화 6일 후인 이날까지도 아무런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 N12 채널은 네타냐후 총리가 해상 구호 통로로 가자 북쪽의 아시도드 항구를 개방하겠다고 미국에 약속했지만, 이후 뚜렷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나 이스라엘 국방부의 팔레스타인 민사 담당 조직 민간협조관(COGAT), 아시도드항 당국 중 누구도 가자로 가는 선적물에 대한 시설 개방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