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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견제' 전선 첨병 역할 미일동맹, 한미동맹에 영향 미치나
기사 작성일 : 2024-04-12 16:00:04

악수하는 미일 정상


(도쿄 교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오전 일본 도쿄 소재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5.23

김효정 기자 =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일동맹을 근간에 둔 동맹 구조 재편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의 '외교 좌표'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인태 지역을 무대로 한 대(對)중국 대응에 '한 몸처럼' 나설 수 있는 동맹으로 발돋움을 선언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의 인태지역 동맹 구조를 기존의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s) 형태에서 '격자형'(lattice-like)으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심축과 바큇살' 형태는 미국을 축으로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동맹국들이 바큇살처럼 미국과 각각 연결된 체제다. 반면 '격자형' 동맹은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끼리도 서로 촘촘하게 연결된 구조를 가리킨다. 기존 '중심축과 바큇살'이 미국이 개별 동맹국들을 일방적으로 보호해 주는 구조라면, 격자형 동맹에는 결국 동맹국들끼리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국과 함께 지역 안보를 지탱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동맹국들을 격자처럼 엮기 위해 미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군사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한미일 등 다양한 소다자 협의체 구축에 공들여 왔다. 미일 정상회담 다음 날인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열린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그 일환이다.

특히 일본은 이 모든 소다자 협의체에 '상수'로 참여하면서 미 인태전략의 기초가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일이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상호운용성 강화 등 보다 통합된 동맹으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근간' 구실을 하는 미일동맹이 더욱 원활하게 함께 움직이도록 하려는 취지로도 풀이된다.


캠프 데이비드 함께 걷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캠프 데이비드= 진성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위해 오솔길을 함께 걸어 오고 있다. 2023.8.20

미일동맹이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성격을 강하게 갖게 되면 한미동맹 역할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위협 대응을 주목적으로 해왔지만, 미국은 내심 한미동맹 역시 지역 내 역할을 확대해 중국 견제 기능을 할 수 있길 바라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12일 "(미국은) 바둑판처럼 동맹국들을 묶어서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모든 것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태평양에서 일본을 선정한 것"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미국은 '더는 단일 위협에 대비하는 양자 동맹을 하지 않겠다', '인태 지역의 모든 동맹을 그렇게 가져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이제 선택의 순간이 왔다"고 말했다.

국내 외교 소식통은 미일동맹의 변화가 "한미동맹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던지는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문가들과 함께 집필한 미일동맹 발전 방안 보고서에서 한미동맹과 연계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이 여전히 '제1의 안보 위협'인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한미동맹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데는 위험이 따른다. 북한 문제를 둘러싼 협력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일본처럼 중국 견제에 대놓고 나설 수 없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외교가에서는 미일동맹을 비롯한 미국 역내 동맹구조의 변화가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미일 간 군사적 결속이 강화되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지원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어 대북 억제력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대중국 외교 부담과 대북 억제력 강화에 따른 이점 등을 잘 조율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한국의 외교 좌표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의 대중국 외교 공간을 확장할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호주 등은 미국 주도의 소다자 협력에 활발히 참여하면서도 중국과 고위급에서 전략적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도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를 활용해 중국과 나름의 협력 공간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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