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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기술력 강화하고 용인에 통합연구소"
기사 작성일 : 2024-04-14 13:00:17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숙성실


[하이트진로 제공. 재판매 및 DB[012030]금지]

(이천= 신선미 기자 = 지난 11일 경기 이천시 부발읍 하이트진로[000080] 이천공장. 철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높이가 6m쯤 돼 보이는 창고가 나왔다. 창고 안에는 목통(오크통)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8∼9개씩 빼곡히 쌓여 있었다.

창고 내부 온도는 10.2℃, 습도는 79.9%. 한기가 느껴지는 실내에서는 나무와 술이 섞인 오묘한 냄새가 가득했다.

안내를 맡은 이영규 이천양조팀 증류주제조파트장은 "이곳은 증류식 소주 원료가 되는 증류 원액을 저장하는 숙성실"이라며 "연구소에서 주질을 확인한 뒤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목통 1개 용량은 200L. 이 숙성실 안에만 5천개가 넘는다고 하니, 단순 계산하면 100만L 이상의 소주 원액이 있는 셈이다.

목통은 모두 버번위스키를 한 번 숙성했던 것으로, 미국에서 수입했다. 하이트진로는 주기적으로 목통 상태를 확인하고 보수하거나 폐기하며 교체하고 있다.

이 파트장은 "통에 저장된 증류 원액은 시간이 갈수록 숙성되는데, 나무의 셀룰로오스와 반응해 위스키처럼 색이 황금색으로 변하고 색과 향이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숙성실에서 가장 오래 보관된 술은 지난 1999년 주입한 원액이다. 이 원액은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일품진로 24년산'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재복 이천공장장은 숙성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라며 "창립 100주년을 맞아 증류식 소주 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트진로 증류식 소주에 출시와 관련해서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 주류 음용 패턴이 많이 바뀌고 다양화됐다"며 "우리나라 주류 문화가 더 풍성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숙성실


[하이트진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하이트진로는 1924년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진로 전신)와 1933년 설립된 조선맥주주식회사(하이트맥주 전신)가 합쳐진 회사다.

하이트맥주가 2005년 진로를 인수했고, 2011년 통합법인인 하이트진로가 출범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00년간 참이슬, 하이트, 테라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선보여 왔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제품 개발 뒤에는 도전적인 연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74년 처음 설립한 주류 연구소는 통합법인 출범 뒤인 2011년 하이트진로 연구소로 진화했다. 현재는 다양한 주종에 들어가는 효모 500종 이상을 보유하고 주종별 발효·증류 기술을 갖추고 있다.

주요 연구개발 사례를 보면 '대나무숯 여과 공법'을 개발해 지난 1998년 희석식 소주 참이슬을 선보였다. 대나무 숯 여과 공법은 불순물 성분 등을 숯에 흡착시켜 제거하는 정제 기술이다. 지난달에는 참이슬을 리뉴얼(새단장)하면서 잡미와 불순물을 한 번 더 제거할 수 있도록 정제 과정을 4번에서 5번으로 늘렸다.

일품진로 등 증류식 소주 제조에서는 열변성을 최소화해 깔끔한 향을 구현할 수 있도록 감압 증류 방식을 도입했다.

맥주 중에서는 1993년 처음 '비열 처리' 기술을 활용해 하이트를 출시했고, 2019년에는 발효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산만 사용한 테라를 출시했다.

지난해 출시한 켈리는 7℃, 영하 1.5℃에서 두 차례 숙성하는 '더블 숙성' 공법으로 거품과 탄산 느낌(청량감)을 극대화했다.

하이트진로는 제품개발뿐 아니라 식품 안전 관리 기술도 꾸준히 개발해 왔다.

특히 PCR(유전자증폭)을 이용해 보이지 않더라도 제품에 혼입된 곤충 등 생물의 종류뿐 아니라 혼입 시점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하이트진로는 설명했다.


전장우 하이트진로 연구소장


[하이트진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하이트진로는 '100년의 기술력'을 더 강화하고 연구 영역을 다각화하는 등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준비 작업 하나가 내년 '통합연구소 건립'이다.

전장우 연구소장은 통합연구소와 관련해 "용인 동백지구에 지하 2층, 지상 4층 건물로 짓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소장은 "현재 맥주연구소는 강원 홍천공장에, 소주연구소는 충북 청주공장에 각각 있는데 단일 건물로 이전하고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소주와 맥주뿐 아니라 청주, 위스키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고 분석센터도 운영하며 과학적 근거를 정리해 식품 안전 분야를 더 강화하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대표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국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 확산 영향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우리 소주를 찾는 수요가 늘자 '수출 전초기지'가 될 첫 해외 공장을 베트남에 설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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