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수확하는 최진성씨
[촬영: 임채두 기자]
(김제 임채두 기자 = "힘든 줄도 몰라요. 수확의 기쁨과 보람을 매일 만끽하고 있습니다."
전북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주한 최진성(41)씨는 지난 18일 길쭉하게 자란 오이를 노란 바구니에 담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수확의 기쁨 덕에 후텁지근한 하우스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간 채 말을 이어갔다.
와 농협중앙회가 19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하는 'Y-팜 엑스포'에서 '청년농업인대상'을 받은 최씨.
그는 지난해 6월부터 김제 혁신밸리 내 시설하우스에서 500평을 임대해 팀원들과 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 창업 보육사업에 참여한 동료 초보 농사꾼 4명과 의기투합했다. 파종부터 육묘, 수확, 판매까지 모두 최씨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오전 7시부터 해지기 전까지 오이의 생육 상태를 관찰하면서 수시로 병충해를 방제하고 수확 시기를 가늠한다.
육체적으로 힘들다고 소문난 오이 농사지만, 다 자란 오이의 싱그러움에 하루가 덩달아 싱그러워진다고 한다.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동안 1억7천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수익은 1억3천만원 정도다.
그는 "지금은 실습형태로 소규모(500평)인 데다 2명이 해야 할 일을 5명이어서 함께 배우는 중이어서 (팀원들과 배분하면) 현재의 소득이 높지는 않다"면서 "장차 독립 경영으로 3천평까지 늘리면 소득도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꿈에 앞서 그의 우선 목표는 농사를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는 오는 6월까지 매출을 2억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일반 시설 농가는 9월 중순부터 1년에 2번 수확하고, 오이를 수확한 후 줄기 철거→육묘→정식→첫 수확까지 보통 42일이 소요된다.
반면 최씨는 무더운 7월에 정식해 8월 중순부터 수시로 수확한다.
줄기 철거부터 첫 수확까지 걸리는 42일도 길게 느껴져서 다 자란 오이 아래 70∼80㎝의 오이를 추가로 정식한다고 한다.
그러면 버리는 시간 없이 수시로 오이를 수확할 수 있게 된다.
오이 수확한 최진성씨
[촬영: 임채두 기자]
특히 오이 농사에서는 7월 작형(作型·작물을 가꾸는 여러 가지 형태나 양식)이 처음이라 김제시가 최씨의 방식을 되레 배우러 온다고 한다.
최씨는 "초보 수준인 팀원들 사이에서도 농사 지식이나 생각이 다르다 보니 오이를 기르는 데 있어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때로는 뜻을 굽히면서, 때로는 고집도 피우면서 재미있게 농사짓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가 13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김제로 귀농하기까지는 큰 결단이 필요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제법 이름난 회사였지만, 반복되는 업무와 일상의 무료함에 더해 '언제까지 이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문득 떠오른 건 농사였다.
사람에 치이는 삶에 회의도 느끼던 차라 전원생활이 해보고 싶었다.
마침 '청년'으로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나이(40세)가 임박하자 마음도 급해졌다.
결혼을 약속한 예비 배우자가 "하고 싶은 거 하라"며 선뜻 최씨의 미래를 응원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전국의 스마트팜을 알아본 결과 김제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강원 영월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스마트팜에 입주할 수 있는 기준인 '귀농·귀촌 교육 100시간'을 채우고 김제행을 택했다.
그렇게 최씨의 '김제 라이프'가 시작됐다.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청년 귀농 장기 교육으로 '인큐베이팅'을 해준 덕에 그의 농사 인생은 보다 수월할 수 있었다.
'THE HOUSE 아침에 딸기'라는 농장에서 현장실습 교육 기초과정도 수료했다.
오이 수확하는 최진성씨
[촬영: 임채두 기자]
일련의 과정을 거쳐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내는 최씨는 궁극적으로 자신 소유의 농장을 가족과 일구고자 한다.
서울에서 지내는 가족도, 최씨를 따라 김제로 내려온 배우자도 최씨의 뜻에 동의했다.
그는 "여건이 된다면 3천평 정도의 토지를 구입해 온실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며 "귀농을 결정했을 때 이미 가족과 함께 농사짓는 모습을 상상했다. 가족과 행복한 전원생활을 누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농지은행이 '비축 농지 스마트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농지은행이 보유한 땅을 청년 농업인에게 최장 20년까지 임대하는 사업"이라며 "이러한 혜택을 더 늘려 청년 농사꾼에게 커나갈 토양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