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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없는 철인 김황태 "장애인 여러분,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기사 작성일 : 2024-04-19 17:00:44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김황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김경윤 기자 = 트라이애슬론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종목이다.

마라톤, 사이클, 수영이라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3개 종목을 뛰어야 해서 '철인 3종'으로 불린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치르기 어려운 이 종목에 도전하는 장애인 선수가 있다.

양팔 절단 장애를 가진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가 주인공이다.

'철인' 김황태가 두 팔을 잃은 건 2000년의 일이다.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 감전 사고로 양팔을 절단해야 했다.

김황태는 하루아침에 중증 장애인이 됐다.

김황태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고 후 1년 동안 절망 속에 살았다"며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몸과 마음은 급격히 무너졌다. 몸무게는 20㎏이 쪘다. 삶은 피폐해졌다.

어느 날 김황태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김황태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달리는 거리는 매일 조금씩 길어졌다. 그리고 단절됐던 사회는 점점 가까워졌다.

김황태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2002년 마라톤 42.195㎞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황태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했다.

김황태는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엔 2시간 55분 19초의 성적을 냈다.

시간이 단축되자 꿈이 생겼다. 김황태는 세계 최고의 장애인 선수들이 경쟁하는 꿈의 무대, 패럴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노르딕스키에 도전했고, 2020 도쿄 하계패럴림픽을 앞두고는 경쟁이 치열한 마라톤 대신 태권도에 입문했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평창 대회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도쿄 대회는 김황태의 장애등급(PTS3:중대한 근육 손상 및 절단) 분야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아쉽게 패럴림픽 출전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김황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024 파리 하계패럴림픽에 트라이애슬론 PTS3등급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향을 결정했다.


수영 훈련하는 김황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사고 후 사이클은 한 번도 탄 적이 없었고, 수영도 재활 차원에서 실내에서만 짧게 한 것이 전부였다"며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은 750m를 수영하고 사이클 20㎞, 마라톤 5㎞를 달린다.

김황태는 "처음엔 수영할 때 숨쉬기조차 어려워서 힘들었다"며 "특히 파도 때문에 물을 많이 먹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가능하진 않았다. 숨을 쉴 때 발을 힘차게 차면서 머리를 드는 요령으로 수영 실력을 키웠다.

사이클은 두려움과 싸움이었다.

양팔 절단 장애인은 의수를 끼고 운전하는데, 균형을 잡기 어려워 사고가 자주 난다.

그는 "처음엔 중심을 잡는 것이 힘들어서 많이 넘어졌다"며 "사고 때 생각이 나서 공포감이 컸다. 하지만 무조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페달을 돌렸다"고 말했다.

김황태는 두 차례나 큰 낙차 사고를 겪기도 했다. 한번은 기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황태는 두려움과 싸움에서 이겼다.


사이클 훈련하는 김황태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김황태의 '승리'엔 아내 김진희 씨의 도움이 있었다.

김진희 씨는 김황태의 훈련, 출전 대회마다 동행하며 그의 두 팔이 되어줬다.

김황태는 "아내가 없으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다"며 "종목 중간에 경기복을 갈아입고 장비도 착용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아내가 도와준다"고 말했다.

김황태는 올해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해 아내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꿈을 꾼다.

쉽진 않다.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해당 등급 상위 9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오는 6월 30일까지 국제대회에서 많은 랭킹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김황태는 "불가능은 없다"며 "지금까지 그랬듯 꿈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도 했다.

"여러분,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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