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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아니라지만 사직 준비하는 교수들…"병원 옮기라" 안내도
기사 작성일 : 2024-04-22 17:00:38

의대증원 축소 여지에도 의료계 반발 계속


서대연 기자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되는 오는 25일부터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당장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의대 교수의 사례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일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조용히 사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강희경·안요한 교수는 최근 환자들에게 오는 8월 31일까지만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리며 환자들에게 전원을 준비해달라고 안내했다.

이들은 최근 진료실 앞에 부착한 '외래를 찾아주신 환자, 보호자 여러분께'로 시작되는 게시글에서 "저희의 사직 희망일은 2024년 8월 31일입니다. 믿을 수 있는 소아 신장분과 전문의에게 환자를 보내드리고자 하니 희망하는 병원을 결정해 알려달라"고 밝혔다.

게시글에 따르면 소아 신장질환을 볼 수 있는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서울에서 강북권 3곳·강남권 3곳 등 6곳이다. 경기권은 7곳, 이외 지역은 9곳이다.

이들은 "소변 검사 이상, 수신증 등으로 내원하는 환자분께서는 인근의 종합병원이나 아동병원에서 진료받으시다가 필요시 큰 병원으로 옮기셔도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러분 곁을 지키지 못하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고 적었다.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는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아 신장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과목으로, 서울대병원은 국내 유일의 소아청소년 콩팥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장분과 교수는 강희경·안요한 교수 2명이다.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또 다른 '빅5' 병원에서도 실제로 현장을 떠나려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수들은 돌보던 환자를 정리하거나, 새로운 병원·의료진에게 연계해주면서 사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최세훈 교수 역시 이르면 이달 말 사직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애초 돌보던 환자를 정리한 후 내달 10일께 병원을 떠날 예정이었으나,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보고 사직을 앞당기기로 했다.

그는 "(교수들은) 오직 환자 때문에 나가지 못했던 것"이라며 "환자를 정리하고 (다른 곳으로) 보낼 환자는 보내면서 준비하면 당장 이번 주부터 (나가도) 되는 사람도 있고, 8월 말이라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 근데 나가려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울산대 의과대학 산하 수련병원에서는 최 교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돌보던 환자들이 있어 쉽사리 나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울산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인 최창민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교수들 사직서가) 다 접수된 상황"이라며 "각자가 날짜 정해서 나가면 되는데, 아직 차마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오는 25일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현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지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증원 축소 여지에도 의사들은 '수용 불가'


서대연 기자

반면 정부는 '당장은'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현재까지' 대학 본부에 사직서가 접수돼 오는 25일 수리가 예정된 교수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육부 역시 총장에 의해 임용된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를 파악한 결과, 이들 중에선 사직서 자체를 제출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그동안 의대 교수들이 의대 비대위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대학 본부나 병원 인사팀 등에서 밟아야 하는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본부뿐만 아니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강의와 진료를 겸하는 의대 교수들은 대학 본부에, 진료하는 임상 교수들은 병원에 사직서를 각각 제출해 결재받아야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사직서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형식적 요건과 여러 가지 사전에 점검해야 하는 절차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오는 25일에 당장 효력이 발휘한다고 보긴 좀 어렵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가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며 의대 교수들과의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에서도 교수들의 사직이 얼마큼 현실화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 A씨는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사직서를 비대위에만 제출한 경우도 있긴 하다"며 "지금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진료를 계속하는 교수들이 상당한 상황이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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