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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출산지원금 1억원'…이런 파격이라도 고민해야 할 때다
기사 작성일 : 2024-04-23 16:00:37

국민권익위원회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 출산·양육비 1억원 지원 방안'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조사는 온라인 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지난 17일부터 시작했으며 이달 26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설문 내용에는 1억원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출산에 동기부여가 되는지, 이에 따른 재정 투입에 동의하는지 등이 포함됐다. 권익위는 그동안 추진한 저출산 정책 효과가 낮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정책 수혜자(산모 또는 출생아)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이 효과적인지를 확인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출산지원금에는 찬반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원 문제가 논쟁거리다. 아이 1명당 1억원을 주면 지난해 출생아 수 23만명을 기준으로 23조원, 올해 예상 출생아 수 22만4천명을 기준으로는 22조4천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든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이 48조2천억원인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 정책을 도입하려면 기존 저출산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현재 예산을 그대로 두고 신규로 20조원 이상을 투입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1억원을 지급하더라도 일시불이 아닌 아이의 성장에 맞춰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타당할 것이다. 한꺼번에 줄 경우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현금성 출산 지원이 출산율에 주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일·가정 양립'에 저출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대표적인 반대 주장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서 30대 무자녀 여성의 경력 단절 확률이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유자녀 여성은 28%에서 24%로 하락 폭이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이를 낳으면 고용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장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를 낳으면 현금 1억원을 준다'는 방안은 다각도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정책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런 파격적인 대책이라도 검토해야 할 만큼 여전히 심각하다. 그간 숱한 대응책에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사회는 어느덧 저출산에 익숙해져 버렸다. 위기의식이 무뎌진 것이다. 어쩌면 저출산은 미래의 문제이고, 현재의 삶에 허덕이다 보니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국가 지도자들이 더 적극 나서서 국가적 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만남에서도 이 문제가 테이블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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