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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제조업에 뒤지자 초조한 유럽…'정부 지원' 목소리 고조
기사 작성일 : 2024-05-02 17:00:56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


[AFP 자료사진]

차병섭 기자 = 유럽연합(EU)이 미국·중국과의 제조업 분야 경쟁 속에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EU 내에서 정부 보조금을 제한하던 기존 정책 기조를 깨고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EU가 지난 3월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역내 방산장비 구매를 늘리기 위해 15억 유로(약 2조2천억원)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국가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미국·중국에 맞서 EU가 역내 산업 기반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EU는 역내 반도체 생산역량 증대를 위해 지난해 유럽판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들어갔으며,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2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정부 보조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유지해왔으며, EU 집행위원회(EC)는 경제적 국가주의와 싸우며 보조금에 따른 시장 왜곡을 막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그사이 미국·중국 등은 국가가 막대한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섰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세계 제조업에서 EU의 비중은 2008년 24%에서 2022년 16%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중국의 비중은 같은 기간 14%에서 31%로 늘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상의 보조금을 앞세워 해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2032년까지 IRA를 통해 지급되는 보조금은 1조2천억 달러(약 1천651조원)로 EU 제조업 전체 순생산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중국은 저가 모델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유럽의 반도체 생산은 미국·중국의 일부에 불과하다.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이 앞서가는 가운데, 2030년이면 미국이 배터리 생산 면에서 유럽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싼 에너지 가격, 고금리, 부진한 내수시장과 노동력 부족 등과 같은 유럽 내부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의 루카 데 메오 회장은 중국 업체들과 비교해 프랑스 업체가 부담하는 에너지 가격이 2배가량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프랑스·독일·이탈리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순유출은 총 820억 달러(약 112조원)로 2년 전 동기의 530억 달러(약 73조원) 대비 증가했다.

정부 지원 확대를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인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3월 중순 "이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에 쥐어야 한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브르통 집행위원의 부상은 자유시장주의와 구분되는 프랑스식 경제사상의 우위와 궤를 같이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각국 정부의 경제 개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순수 시장친화적 사상이 힘을 잃고 있다면서 유럽이 중국에 대해 순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자립력이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부문에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낭비할 경우 유럽식 사회보장모델에 부담을 늘리고 유럽을 더 가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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