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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마을 침수피해, 도면과 다른 임시도로 시공이 원인 추정
기사 작성일 : 2024-05-08 19:00:30

합천 대양면 양산마을 침수 피해 당시 모습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합천= 정종호 기자 = 어린이날 연휴 호우로 인해 경남 합천군 대양면 양산·신거마을이 잠긴 침수 피해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하천공사 임시도로(가도)가 당초 도면과는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경남도와 합천군 등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건설공사와 관련해 마을 인근 하천인 아천에 가도가 설치된 것이 침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본다.

이 가도는 합천군이 2022년 경남도 사무위임조례에 근거해 공사 하천 점용허가를 내주면서 설치됐으나, 당초 한국도로공사가 설계한 도면과는 다르게 시공됐다.

도면상 지름 1m짜리 배수관 3개를 하천 바닥에 놓은 상태에서 이 바닥에서부터 약 1.5m 높이에 가도가 설치됐어야 했다.


가도 횡단면도


[경남 합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실제 시공은 지름 1m짜리 배수관 5개를 하천 바닥에 깔고 기존 계획보다 3.5m 높은 약 5m 높이에서 가도가 설치됐다.

기존 도면과 비교해 가도가 당초 계획보다 3배 이상 높게 설치돼 불어난 물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아천 수위가 상승했고, 높아진 수위가 아천으로 합류하는 인근 안금천 월류를 일으켜 옆에 있는 마을 일대가 물에 잠겼다는 것이 유력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호우 당시 합천 강수량이 59.6㎜로 경남 평균 86.1㎜보다 적었음에도 이러한 침수 피해가 난 것은 도면과 다르게 설치된 가도 때문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합천군은 이 가도가 당초 도면과 다르게 시공됐다는 것을 이번 침수 사고 이후에야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군은 지난 3월 가도 설치 현장을 둘러본 뒤 70m 정도의 하천 폭에 비해 이 가도가 호우 등 재난에 취약하다고 판단,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에 가도 철거 등 현장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도로공사가 즉시 개선했다면 이번 피해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도로공사는 본격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5월 말까지 가도를 철거하겠다고 답변했다.

한국도로공사도 가도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설치됐다는 사실을 침수 피해 이후에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시공사 측은 도면과 실제 가도가 다르게 설치됐는지는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전해 향후 정확한 침수 피해 원인 조사가 어떻게 결론 날지 주목된다.


합천 대양면 마을 침수피해 복구 현장


[경남 합천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침수 피해는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내린 비로 양산·신거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발생했다.

주민 55명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고, 이 중 상당수는 아직 지인 집과 대피소 등을 오가며 생활한다.

공무원과 군인, 자원봉사자 등이 피해 현장에서 긴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재민들이 온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합천군 관계자는 "오는 10일까지 복구작업을 해서 이재민이 집으로라도 돌아갈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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