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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첫발' 뗐다…교사자격 통합·재원마련 등 '난제' 여전(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6-27 17:00:35

고유선 기자 = 정부가 저출생에 대응해 영유아 교육·보육 상향평준화를 위한 유보통합(유아교육·보육체계 일원화) 실행계획안을 내놨지만, 통합기관 명칭부터 교사 양성체계, 재원 문제 등은 올해 연말에야 명확해질 거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공론화와 의견수렴을 통해 연말께 실행계획을 확정하고, 내년까지 관련법을 정비해 이르면 2026년부터 통합기관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교사 자격기준 통합 등 30여년간 풀지 못한 난제가 남아있는 데다 2026년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유보통합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여름 제철 간식 옥수수 구경하는 어린이들


11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견학 중인 분당 효자유치원 어린이들이 옥수수를 구경하고 있다. 2024.6.11 [농협유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30여년 '고차방정식' 첫 줄은 풀었다…어린이집도 교육부 소관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통과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공포 6개월을 맞으면서 27일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된다.

유아교육·보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중앙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방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유아교육·보육기관은 문교부 관할 유치원, 보건사회부 관할 어린이집, 내무부 관할 새마을협동유아원, 농촌진흥청 관할 농번기 유아원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면서 근거 법령과 교사 자격, 정부 지원기준 등이 저마다 달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후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으로 이들 기관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과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으로 정비됐지만, 유아교육·보육 '이원화 체제'는 최근까지 통합되지 못한 채 33년간 이어졌다.

효율적이고 질 높은 유아교육·보육을 위해 통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어느 부처가 관리·감독할 것인지, 교사 자격·처우나 시설기준은 어떻게 통일할 것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저출생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유치원·어린이집 모두 경영난에 직면하고, 유아교육·보육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높아졌다.

결국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소관 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 정부조직법을 개정했다.

일단 30여년간 시도해 온 유보통합의 '첫 단추'는 꿴 셈이다.


구호 외치는 전교조


김인철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졸속 유보통합, 늘봄 저지 4차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2.16

◇ 최대 '난제' 교사 자격 통합 결정 못해…원아모집 방식도 '공론화'

하지만 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은 또 다른 난제인 교사 자격 문제의 해법이 담기지 않았다.

현행 유치원교사는 (전문)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소정의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정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보육교사는 전문학사 이상 학위를 받는 것 외에 평생학습기관 등에서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유아교육·보육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2027년부터는 학사 학위를 바탕으로 '영유아정교사' 통합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그러나 0∼5세 영유아에 대한 단일 자격 제도를 도입할지, 0∼2세 영아정교사와 3∼5세 유아정교사로 이원화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자격 기준을 일원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유아 발달단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자격 통합이라는 비판이 있고, 이원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상 반쪽짜리 통합이자 기존 보육교사를 영아 전담으로 전락시킨다는 지적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학부모 학계·단체, 양성대학의 의견과 앞으로 마련할 영유아 교육과정, 통합기관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의견수렴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기관통합 문제도 밑그림만 나온 상황이다.

통합기관의 명칭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취학 전 아동인 0∼5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나 기관이 자율적으로 취학 대상 아동 연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학부모 입장에서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원아 모집 방식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유치원은 학교처럼 모집 시기와 입학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어린이집은 '입소대기관리시스템'을 통해 상시모집하는 형태이며 입소를 원하는 아동의 학부모가 대기 순번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는 우선 입학·입소 신청 창구를 일원화하되, 유치원은 원아 모집이 끝난 뒤 '상시입학제'를 도입하는 부분까지 청사진을 그려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통합기관에서 유치원처럼 추첨 방식을 택할지, 어린이집처럼 맞벌이·다자녀 등에 대한 가점을 적용해 우선순위를 둘지 등은 '공론화'로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영훈 교육부 영유아교육·보육통합추진단장은 "일단 내년에 입학·입소와 관련해서는 올해 11월까지는 기존에 나눠진 시스템을 일원화해 한 곳에서 신청할 수 있게 하되 기존 (입학·입소) 체계를 계속 가져간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진 나면 책상 밑으로


(광주= 13일 광주 북구청어린이집에서 열린 재난안전교실에서 원생들이 전날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기로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2024.6.13 [광주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재원 마련도 쟁점…교부금 활용 둘러싸고 교육부·교육청 '동상이몽'

재원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23년 기준 영·유아 교육예산은 5조6천억원, 보육예산은 10조원이다.

보육예산 가운데 복지부가 가진 국고 5조1천억원은 정부조직법 개정과 함께 교육부로 이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대응투자했던 지방비 3조1천억원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 후 교육청이 집행하게 된다. 나머지 1조8천억원은 기존에도 교육부가 유아교육특별회계를 통해 어린이집에 지원해 왔다.

문제는 유보통합 과정에서 어린이집 급식 개선, 교사 연수 확대, 방과 후 프로그램 강화 등 교육·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소요되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할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가 소요 예산의 경우 통합기관 기준 논의에 따라 올해 말 확정 예정이므로 아직 그 규모조차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전국 교육청에 배분돼 유·초·중·고교 교육예산으로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을 떼어 조성하는데,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줄어드는 와중에 교부금은 늘고 있어 고등교육이나 저출생 대응 등으로 용처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비해 각 교육청에서는 미래교육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면 유보통합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국고를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유보통합 추가 비용의 정확한 추계 없이 국가가 졸속으로 유보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보통합 재원을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확실한 재정 투자 없이는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제공한다는 유보통합의 취지를 실현할 수 없다"며 관련 지자체 예산의 교육청 이관과 국고 지원을 촉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유보통합 브리핑에 참석해 "방안이 확정돼야 구체적인 예산안이 나오기 때문에 명확한 숫자가 제시되지 못했다"면서도 "오늘 숫자를 말씀드리지 못한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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