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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친족상도례' 처벌면제 규정 헌법불합치…개정 속도내야
기사 작성일 : 2024-06-27 18:00:38

친족간에 벌어진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친족상도례 관련 규정을 담은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형사 피해자가 법관에 적절한 형벌권을 행사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며 "입법 재량을 명백히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련 조항의 적용은 이날부터 중지되고 2025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형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다만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가족을 제외한 친족이 저지른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형법 328조 2항에 대해선 합헌으로 결정했다.

친족상도례는 '친족간 재산 관련범죄에 대한 특례'를 의미한다. 8촌 이내 혈족이나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발생한 재산범죄(절도·사기·공갈·횡령 등)에 대해 형을 면제(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친고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친족간의 재산범죄에 대해선 가족 내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도입됐다. 그러나 해당 규정이 시대의 변화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특례를 악용하는 경우도 증가하면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70년 이상 유지돼 왔던 형사처벌 면제 관련 규정은 사문화됐다. 의미가 적지 않다.

헌재의 결정 내용을 보면 친족상도례의 입법 취지는 인정됐다. 그러나 현행 조항이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관계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는 부분에 대해 헌재는 문제 삼았다. 재산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가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족상도례는 그간 친족 관계라는 이유로 개인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가족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친족상도례의 취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시대착오적인 규정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친족에 대한 인식이나 가족 관계의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명인 가족 내부의 재산 분쟁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친족상도례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가족 내부 일이라고 해도 재산범죄 사안에 따라선 엄중한 형사 처벌에 대한 요구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조속한 개정 작업이 불가피하게 됐다. 규정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가 관건이다. 헌재는 "입법자가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친족상도례 처벌 면제 규정을 대신할 개정 방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그간 친족상도례 규정에 대한 개정 추진이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가족 간 재산 관련 분쟁이 지속하고 사법기관에 다수 계류 중인 상황을 감안해 국회는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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