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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수렁' 자영업자…사업자대출 연체액 11조, 역대 최대
기사 작성일 : 2024-07-01 07:00:20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 속에 자영업자가 갚지 못한 사업자대출 원리금이 역대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업자뿐 아니라 전체 가계대출자의 빚 상환 부담도 갈수록 커져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두 분기 연속 다시 올랐다.

특히 여러 곳에서 대출을 끌어 쓴 저소득 취약 차주의 경우 최소 생계비 정도를 뺀 거의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쓰고 있었다.


'빚의 수렁' 자영업자…사업자대출 연체액 11조, 역대 최대


김성민 기자. 서울 중구 명동 거리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3.4

◇ 3개월사이 사업자대출 연체액 2.4조↑…가계대출 포함 총대출도 2.7조↑

1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연체액 통계는 금융기관들이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기재된 실제 연체액 현황을 합산한 결과다.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연체 규모 기록일 뿐 아니라, 작년 4분기(8조4천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4천억원이나 뛰었다.


분기별 자영업자 사업자대출 연체액·연체율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분기별 연체액 증가 폭(직전분기 대비)은 작년 1분기 2조2천억원(2022년 4분기 4조1천억원→2023년 1분기 6조3천억원)에서 2분기 1조원(6조3천억원→7조3천억원), 3분기 1조원(7조3천억원→8조3천억원), 4분기 1천억원(8조3천억원→8조4천억원)으로 계속 줄다가 다시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율도 작년 4분기 1.30%에서 올해 1분기 1.66%로 석 달 사이 0.33%포인트(p) 치솟았다. 2013년 1분기(1.79%)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까지 포함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현재 1천55조9천억원(사업자대출 702조7천억원 가계대출 353조2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직전 분기(1천53조2천억원)보다 2조7천억원 더 늘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대출 규모를 시산했다.


분기별 자영업자 대출(사업자 가계대출) 잔액과 증가율 추이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가계대출자 1인당 평균 9천389만원 대출…원리금 상환에 연소득의 40% 지출

가계대출자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통계상 다시 커지는 추세다.

한은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분기 말 현재 1천973만명이 총 1천852조8천억원의 가계대출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평균 9천389만원씩 금융권 대출을 안고 있는 셈이다.


전체 차주 가계대출 현황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이 각 6만명(1천979만명→1천973만명), 5천억원(1천853조3천억원→1조852조8천억원) 줄었지만 1인당 대출액은 22만원 늘었다.

이들 가계대출자의 평균 DSR은 38.7%로 추산됐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결국 우리나라 가계대출자는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약 39%를 대출 원리금을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가계대출자 평균 DSR은 2022년 4분기 40.6%를 찍고 이후 지난해 3분기 38.4%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해 4분기 38.5%로 반등한 뒤 두 분기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 역시 작년 4분기 58.2%에서 올해 1분기 58.8%로 더 높아졌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대출액은 1억2천401만원에 이르렀다.

대출 상환 측면에서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취약 차주(저소득·저신용 다중채무자)의 DSR(64.8%)도 한 분기 사이 2.2%p(62.6→64.8%) 뛰었다.

보통 금융기관과 당국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취약 차주들이 현재 평균적으로 이런 한계 상태에 이른 것으로 짐작된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융 당국은 채무 상환 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계와 자영업자 차주의 재무 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취약차주 가계대출 현황


[한국은행·양부남 의원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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