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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는 36도인데, 기상청은 25도'…울산 공단 기온관측 공백
기사 작성일 : 2024-07-06 10:01:13

지난 5일 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36도를 나타내는 온도계


[촬영 장지현]

(울산= 장지현 기자 =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지점이 실제 시민 생활권과 동떨어져 관측 기온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지난 5일 오후 3시 남구 석유화학단지의 한 도로.

길을 걷기 시작한 지 불과 10분 만에 이마와 등줄기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기온 측정을 위해 구비한 온습도계에는 사람 체온에 육박하는 '36도'라는 숫자가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간 기상청이 관측한 이 지역 기온보다 무려 11도 높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 이 지역 기온이 24.9도에 그친다고 관측했다.

습도와 바람의 영향을 더해 산출한 체감온도 또한 관측기온에서 1도 높은 25.9도에 불과했다.

이러한 간극은 남구 지역 공단·도심 지역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 지점의 기후 조건이 서로 괴리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6일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남구 기온은 장생포에 있는 자동기상관측장비로 측정되는데, 장생포는 연안 지역으로 바람이 많이 불고 시원해 내륙에 비해 비교적 기온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주요 공장이 밀집한 석유화학단지 등 공단지역, 생활시설과 주거지가 모여 있는 도심지역은 내륙이다.

여기에 공장 열기와 도시 열섬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관측 지점과 10도가 넘는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부산지방기상청 울산기상대 측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관측지점에서 측정한 기온을 제공하기 때문에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실제 기온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울산 폭염


[ 자료사진]

관측상의 이런 허점 탓에 산업 현장에서는 여름철 작업자 건강 관리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기상대 측은 "울산 동부와 서부 관할구역 중 한 지점이라도 체감온도가 기준에 근접하면 폭염특보가 발효되므로 특보 상황을 중점적으로 참고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는 현재 기온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특보나 영향예보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폭염 영향예보는 폭염 현상이 끼칠 분야별 영향도를 고려해 발표되는 예보다.

특히 노동부와 기상청은 지난달부터 '근로자 맞춤형 폭염 영향예보'를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일 단위로 제공하고 있다.

산업 분야 폭염 위험 수준이 '주의' 이상인 날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되며, 지역별 위험 수준, 폭염 단계별 대응 요령 등을 제공한다.

체감온도 31도 이상 '관심' 단계에선 근로자에 물·그늘·휴식 제공, 33도 이상 '주의' 단계에선 매시간 10분씩 휴식과 오후 2∼5시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단축 등이 권고된다.

체감온도 35도가 넘어가는 '경고' 단계에선 매시간 15분 휴식과 무더위 시간대 옥외작업 중지(불가피한 경우 제외), 38도 이상 '위험' 단계에선 긴급조치 등을 제외한 옥외작업 중지를 권고한다.

이러한 폭염 영향예보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중대재해 사이렌', 건설공제회 근로자 전자카드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근로자들에게 공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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