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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묘제례 여성 참가 허용…최근덕 전 성균관장 별세
기사 작성일 : 2024-07-19 13:01:10

2007년 9월의 고인


[촬영 김주성]

이충원 기자 = 문묘제례에 여성 참가를 허용하는 등 유교 현대화와 종교 간 화합을 위해 노력한 최근덕(崔根德) 전 성균관장이 19일 새벽 서울 자택에서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성균관이 전했다. 향년 91세.

1933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진주에서 서당에 다니며 한문을 배운 마지막 세대다. 진주농림고를 거쳐 1955년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 입학한 직후부터 성균관 일을 거들었다. 제자인 이상호 유교신문사 대표는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사서삼경을 줄줄 외울 만큼 한학에 조예가 깊으셨다"고 말했다.

신태양사 기자, 대학 강사, 출판사 대표 등을 거쳐 1978년 이선근(1905∼1983) 전 성균관대 총장이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만드는 걸 돕고 고전연구실장을 지냈다. 허정 서울대 명예교수는 보건신문에 쓴 글에서 "북한이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펴낸 것을 안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최근덕 박사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 작업을 맡게 됐다"고 기록했다. 고인은 초창기 사전 편찬에 관여하다 1983년 성균관대 교수로 옮긴 뒤에는 '유교대사전'을 편찬했다고 이상호 대표가 전했다.


2007년 11월의 고인


[촬영 이상학]

1994년부터 2013년 사이에 6번 성균관장을 역임한 최장수 관장이었다. 고인이 가장 힘쓴 것은 유교의 현대화였다. 문묘 제례에 여성의 참례를 허용했고, 향교의 실무 임원인 장의(掌議)에도 여성 참정권을 보장했다. 이상호 대표는 "유학은 시중지도(時中之道), 즉 변화의 철학이라는 게 고인의 신념이었다"며 "본질은 변할 수 없지만 형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셨다"고 말했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범한 국제유학연합회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김수환(1922∼2009) 추기경, 월주(1935∼2001) 스님 등과 친분을 바탕으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를 만들어 종교 간 갈등을 막으려고 노력했다.

'논어인간학'(1987), '한국유학사상연구'(1992), '유학강의'(1995), '우리의 선비는 이렇게 살았다'(1999) 등 저서 외에 1970년 동아일보 창간 50주년 장편소설 공모에서 작품 '식민지'가 당선된 글솜씨로 '홍총각', '반역', '화우도', '기(氣)' 등 소설을 발표했다.

유족은 부인 최화자씨와 사이에 5녀(최정희·최동희·최영희·최창희·최복희)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에 마련될 예정이다. ☎ 02-3010-2000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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