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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1위' 佛좌파 하원의장 이어 총리직도 내줄 판
기사 작성일 : 2024-07-20 00:00:57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하원 의장에 재선출된 여당 소속의 야엘 브룬 피베 의원.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조기총선에서 1위를 차지했으면서도 하원 의장을 내준 좌파연합이 총리직마저 불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하원에선 18일(현지시간) 개원과 함께 의장을 선출했다.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의 단일 후보, 중도 진영 총 3명, 우파 공화당 1명, 극우 국민연합(RN) 1명 등 총 6명이 경쟁했다.

1차 투표에선 NFP의 단일 후보가 최다 득표로 1위에 올랐고 RN 후보가 2위, 집권 여당 르네상스의 후보가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 3차 투표 과정에서 역전극이 연출됐다. 하위권 후보자들이 사퇴하고 그 지지표가 여당 후보에게 몰리면서 최종 결과가 뒤집혔다.

여당 후보 야엘 브룬 피베 전 의장이 220표, NFP 후보가 207표, RN 후보가 141표를 얻어 피베 의원이 의장에 재선된 것이다.

지난 7일 마무리된 총선에서 각 진영이 확보한 득표와 비교하면 우파 공화당을 비롯해 일부 소수 정당이 여당인 피베에게 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시 범여권은 168석, 공화당은 45석을 얻었다.

총선에서 182석을 차지한 NFP도 기타 좌파 정당의 표를 일부 흡수했으나 역부족이었다.

RN과 그 연대 세력은 투표 내내 총선의 득표수(143표)만큼만 표를 얻어 의회 내 확장성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차기 총리직을 두고 경쟁하는 NFP와 범여권은 희비가 엇갈렸다.

총선에서 1위를 한 만큼 총리직은 당연히 '우리 몫'으로 생각하는 NFP는 범여권과 공화당의 동맹의 '위력'을 목도한 뒤 여당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칫 총리 자리도 범여권과 공화당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탓이다.


18일 개원한 프랑스 17대 하원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피베 의장에게 역전당한 NFP의 단일 후보 앙드레 샤셰뉴 의원(공산당)은 "사리에 어긋나는 동맹에 의해 도둑맞은 선거"라고 비판했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의원도 "이 결과는 민주주의에 아주 안 좋은 신호"라며 가세했다.

NFP측은 마크롱 정부의 각료로 여전히 활동 중인 의원들이 표를 행사한 것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 등 장관들의 사임을 수락해 하원 의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일상 업무는 당분간 지속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덕분에 장관 출신 의원 17명이 이번 의장 선거에 참여했다. 피베 의장과 NFP 후보 간 최종 표 차가 13표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장관 겸직 의원'의 표가 판세를 갈랐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산드린 루소 녹색당 의원은 19일 TF1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마크롱이 전술과 계략으로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는지 보고 있다"며 의장 선거 결과와 관련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장관들의 불법적인 투표로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의장 선거는 모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돼 있는 패거리의 쿠데타"라고 맹비난했다.

NFP는 총리를 따내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NFP는 정당 간 내분으로 총리 후보에 대한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녹색당의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프랑스앵포에 "우린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진 것은 아니다"라며 NFP 내 교착 상태도 앞으로 며칠 안에 풀릴 것으로 기대했다.

같은 당 루소 의원도 "우리는 더 이상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총리 후보의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범여권은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고도 의장직을 사수하게 된 데에 고무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피베 의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당신이 공화적 책임감으로 다수의 의견과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표현을 존중할 것임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범여권 인사들은 의장 당선에 힘입어 의회 내 '공화 전선' 구축에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다.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는 RTL에 "공화주의 좌파는 책임지고 중도 및 공화주의 우파와의 타협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의장 선거에서 범여권을 지원한 공화당의 아니 주네바르 의원은 유럽1에 "우리는 마크롱에 반대해 선출된 만큼 정부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의회 내 모든 합리적 의원과 함께 입법적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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