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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엔/달러 10엔↓…37년만의 역대급 '슈퍼 엔저' 끝나나
기사 작성일 : 2024-07-25 19:00:18

6월 27일 도쿄 엔/달러 환율 시세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 박성진 특파원 = 최근 2주 사이 엔/달러 환율이 10엔가량 하락하면서 37년여만의 '슈퍼 엔저'가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엔화 약세는 문제' 지적으로 엔화 가치 하락이 바닥을 친 모양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일본의 인상으로 금리 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더해지면서 엔화 가치가 향후 상승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25일(현지시간) 오후 5시 20분께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1.9엔을 기록하며 5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날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3엔 넘게 하락했으며, 일본 거품(버블)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37년 반 만에 가장 높았던 지난 10일(161.7엔)과 비교하면 약 2주 만에 약 10엔 하락했다.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로 전환한 결정적 계기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엔화 약세 비판' 발언이었다.

그는 1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통화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며 엔화와 중국 위안화 약세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된 뒤 엔/달러 환율은 2엔 가까이 하락하며 156엔대까지 떨어졌다.


모테기 자민당 간사장


[교도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 유력 정치인들이 엔화 약세를 견제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상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오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역사적 엔저'로 수입 물가가 치솟는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지자 정치인들도 가세한 것이다.

차기 총리 후보군에 포함된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강연에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행에 대해 "단계적인 금리 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또 한 명의 총리 후보로 꼽히는 고노 다로 디지털상도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환율은 일본에 문제이고 엔화는 너무 저렴하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요구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오는 30∼31일 개최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치인들이 사실상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발언을 잇달아 한 것을 환율 변동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미일 유력 정치인들 발언에 앞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파는 개입을 한 것으로 관측된 점도 엔화 약세 흐름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공개된 직후 161.6엔대에서 157.4엔 전후까지 4엔 넘게 급락했고, 12일에도 미국 정부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을 발표한 뒤 1.5엔가량 하락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연이틀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일본 당국이 이틀간 5조엔(약 43조7천억원) 규모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했을 수 있다고 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달러화 강세·엔화 약세' 현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국 간 기준금리 차가 향후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슈퍼 엔저가 끝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에라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는 가운데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최근 잇달아 조기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긍정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도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이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영방송 NHK는 이날 "미국과 일본 간 기준금리 차 축소가 의식되고 있다"며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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