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흠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코스피 2,700 고지 회복에 성공했으나 2주 넘게 이어진 반등세가 상단에 도달한 모습이었다.
주 막판 예정된 미국 잭슨홀 미팅을 비롯한 주요 거시경제(매크로)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심리가 짙게 유입되며 종목별 순환매 양상이 나타났다.
금주는 사실상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금리인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심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주 후반 예정된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는 상반기 랠리를 이끌었던 인공지능(AI) 반도체주의 주도력 회복 여부를 가늠할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코스피, 장 초반 2,700대 강보합, 코스닥도 상승
황광모 기자 =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이날 거래를 개시한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이날 개장한 뒤 2,700대에서 강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도 비슷한 흐름을 기록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2원 정도 내린 1,33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4.8.22
25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4.46포인트(0.16%) 오른 2,701.69를 기록했다.
지수가 2주 연속 상승했지만 한 주 내내 2,700대를 오르내리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전주의 4%가 넘는 가파른 반등세는 한풀 꺾였다.
이달 초 폭락을 부른 경기침체 공포가 누그러지고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됐음에도, 7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잭슨홀 미팅 등 주요 매크로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은 제한적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주(19~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72억원을 순매수하며 2주 연속 매수 우위를 나타냈으나, 전주 1조8천억원대 순매수에 비하면 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대신 기관이 3천498억원 매수 우위로 지수를 견인했다.
개인은 3천709억원을 순매도하며 2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매크로 불확실성 속에서 뚜렷한 주도주나 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호실적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모멘텀이 살아난 보험(7.14%), 증권(3.62%), 금융업(3.70%)의 수익률이 높았다. 전기가스업(5.71%), 통신업(3.31%) 등 경기방어적 업종, 건설업(5.04%), 섬유의복(4.13%)도 강세였다.
반면 의료정밀(-6.36%), 기계(-4.23%), 음식료품(-3.53%), 전기전자(-2.29%) 등은 부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13.07포인트(1.66%) 내린 773.26으로 반락했다.
기준금리 정책 설명하는 파월
(워싱턴 EPA=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2% 물가'라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4.05.02
금주 증시는 지난 23일 파월 의장이 직접 9월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개시를 강력 시사함으로써 지난주 시장을 제약한 매크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파월 의장은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도래했다. 우리의 여정은 방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점진적'이라는 표현을 배제했는데, 이는 50bp(1bp=0.01%포인트) 인하를 뜻하는 '빅컷'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월가는 해석했다.
이에 따라 23일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2.79%)와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3.19%)까지 오르는 등 증시 전체에 온기가 확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시장이 화답한다면 금융 시장이 경제지표 부진에는 둔감하고 지표 호조에는 안정되는 양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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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고비를 넘은 증시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28일 오전 6시에 공개되는 엔비디아 2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엔비디아가 이번 실적을 통해 최근 확산한 AI 반도체 수익성 관련 논란을 불식하고 국내 반도체주에도 훈풍을 불어넣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단순 실적뿐만 아니라 지난 2월과 5월 연이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하면서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할 만큼의 서프라이즈 폭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특히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려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수요 지속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설비투자(캐펙스·CAPEX)와 실적 가이던스(전망)를 제시해야 한다.
차세대 칩 블랙웰 설계 결함 및 출시 지연 우려에 대한 설명과, 데이터센터 외 사업 부문에서의 수익성을 확인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힌트도 나올 수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두루 총족한다면 AI 분야의 시장 주도력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실적이 좋아도 AI 분야 전반에 대한 강한 확신을 주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면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를 대체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증시에서 방송중인 파월 의장 연설
(뉴욕 AFP=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연설하는 모습이 방송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정책을 조정할 때가 됐다"며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 시사했다. 2024.8.23
오는 30일에는 미국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해당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해 전월(2.5%) 대비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물가 상승률이 2%대를 유지하며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밖에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다음달 10일 TV 토론을 앞둔 데 따른 정치적 변동성 확대와 그에 따른 후보별 수혜주 트레이딩의 영향에도 유의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금주 코스피 전망치를 2,650~2,770으로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6일 미국 7월 내구재 수주
▲ 27일 미국 6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미국 8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심리지수
▲ 29일 미국 신규 실업보험 청구건수
▲ 30일 미국 7월 PCE 물가지수, 미국 8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한국 7월 산업활동동향, 유로존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