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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몸싸움에 청양지역 지천댐 설명회 무산(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8-27 19:01:13

'주민설명회 반대'


(청양= 김준범 기자 = 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송방리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에서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가 설명회를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8.27

(청양·부여= 한종구 김준범 박주영 기자 =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후보지로 충남 청양군 지천을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27일 마련한 청양 지역 주민 설명회가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오후에 열린 부여 지역 설명회는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항의로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지천댐 건설 반대를 주도하는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환경부의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청양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을 찾아 주민들과 상의 없는 댐 건설을 철회하라며 행사 진행을 막았다.

환경부 관계자들은 설명회를 위해 행사장에 들어가려 했으나 반대 주민들의 저지로 입장을 하지 못했다.

댐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우리는 주민설명회를 원하지 않는다"라거나 "환경부는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설명회 한 시간 전부터 행사장을 점거했다.

일부 주민이 무대 위에 올라가면서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경찰도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주민들을 향해 "질서를 지켜달라"라거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라고 했으나 주민들의 저항은 계속됐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일부 주민은 "주민 의견을 듣고 정책을 결정하는 게 행정의 기본"이라거나 "댐을 만들겠다고 발표해놓고 설명회 하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고성을 질렀다.


지천댐 주민설명회 무산


(청양= 김준범 기자 = 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송방리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지천 기후대응댐 후보지 주민설명회가 무산돼 환경부 관계자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4.8.27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댐 건설을 놓고 갈라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일부 주민은 "일단 환경부 얘기를 들어보자. 왜 설명회도 못 하게 하느냐"고 반대 측 주민들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반대 측 주민은 "댐을 만든 뒤 발전한 곳을 본 적 있느냐"라며 "우리가 힘을 모아 댐 건설을 막아내야 한다"고 대꾸했다.

환경부는 행사 예정 시간인 오전 10시를 넘어서도 주민 반발이 계속되자 10시 25분께 설명회 취소를 선언하고 행사장에서 퇴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한 뒤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후 부여군 체육회관에서 열린 설명회는 경찰이 한때 지천댐 반대 대책위 관계자들의 행사장 입장을 제지하면서 소동을 빚기도 했다.

부여 지역 주민을 우선 착석시킨 뒤 들여보냈으나 이들은 '지천댐 건설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사장 내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지천댐 부여 지역 설명회에서 항의하는 지천댐 반대 대책위


[촬영 박주영]

환경부는 설명회에서 "기후 위기에 따라 홍수와 가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금강 권역의 물 부족이 예상된다"며 "지천댐 건설은 홍수나 물 부족에 대응할 신규 물그릇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수자원 가치를 관광자원화해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지난해 7월 청양 일대에 500년 빈도의 강우가 내리면서 청양 지천 제방이 붕괴돼 홍수 피해가 났다"면서 "제방 붕괴가 대청댐 방류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며, 대청댐이 상류 홍수를 최대한 저장해 하류 수위를 낮춤으로써 지천 홍수 대응에 기여했다"고 역설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비판했다.

한 부여 주민은 "부여 지천에서 시설하우스를 하고 있는데, 농어촌공사가 배수로 관리를 하지 않아 3년 동안 침수 피해를 봤다"며 "다른 곳도 다 터졌어야 하는데 청양 제방만 붕괴된 것은 관리 주체인 충남도 잘못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농어촌공사가 펌프 시설을 키워야지 댐 건설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부여와 청양 간 지역 반목만 일으키고 이게 국가에서 할 일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천댐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보상 감정가의 현실화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몰 대상지역이 아니면 나서지 말라며 주민들 간에도 고성이 오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설명회는 두 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부여서 열린 지천 기후대응댐 설명회


[촬영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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