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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당한 납북어부에 머리 숙여 사과"…고개 숙인 경찰
기사 작성일 : 2024-08-28 08:01:11

50년 기다림 끝에 받은 '무죄'


[ 자료사진]

(춘천= 박영서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돼 가혹행위를 겪었던 납북귀환어부들에게 50여년 만에 경찰서장이 고개를 숙였다.

28일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이은실 전 강원 고성경찰서장은 최근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문을 직접 전하며 사과했다.

수사기관의 장이 직접 나서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자 이례적인 행동이다.

이 전 서장은 정년퇴직에 앞서 공로 연수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주 고성과 속초지역에 사는 피해자들을 찾아 사과문을 직접 전하고, 만남이 이뤄지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사과문을 우편으로 보냈다.

그는 사과문에서 "국가를 대신해 수사 과정에서 큰 피해를 당하신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1968년 납북귀환어부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권 보호에 앞장서야 할 국가와 경찰이 적법절차 준수와 기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 전 서장은 "국가는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여 다시는 이 땅에서 국가에 의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으며, 추후 진실화해위원회에 충실하게 자료를 제공해 진실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에 적극 협조해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서장은 와 통화에서 "경찰관으로서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해 사과문을 전했다"고 밝혔다.


명예회복 촉구하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


[ 자료사진]

한편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진행 중인 배상소송에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서 검찰총장 명의의 사과문 게재를 청구했다.

이들은 "명예 회복을 위한 처분의 주체는 증거를 조작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워 유죄판결을 받게 하는 과정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나아가 사찰을 주관하여 명예훼손에 주된 책임을 지는 검찰"이라며 "일반이 볼 수 있는 매체에 사과문을 게재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국가 불법행위의 태양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명예훼손 행위가 있다고 보더라도 진실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이유도 있어 위법성이 없어진다"며 "명예훼손 행위가 전부 인정되더라도 사과문 게재가 명예 회복을 위한 필요 타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수십 년이 지나 관할 경찰서장이 이례적으로 사과했는데, 사과문을 게재하지 못하겠다는 검찰의 답변은 너무 궁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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