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현행 온실가스 감축목표' 문제 안 삼은 헌재…정부 "결정 존중"
기사 작성일 : 2024-08-29 17:00:33

착석하는 헌재재판관들


한종찬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2024.8.29

이재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기후소송에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정량적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없는 점'만 문제로 지적하면서 현행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이행계획엔 큰 변화가 없게 됐다.

정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라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현재는 29일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영유아를 포함 200여명의 청구인이 탄소중립기본법 등에 대해 낸 4건의 헌법소원을 심리한 결과다.

이번 헌법소원 재판은 '아시아 첫 기후소송'으로 주목받았다.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한다'라는 규정이다.

이 규정에 따라 수립된 현행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다.

NDC가 이행되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3천660만t이 된다.

현재는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정량적 감축목표를 대강이라도 제시하지 않은 것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며,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법률유보원칙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행정권의 발동은 법률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그러면서 헌법에 불일치하다고 판단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의 효력을 2026년 2월 28일까지만 인정하고, 이 시한까지 개정하도록 했다.

헌재가 2049년까지 정량적 감축목표가 없다고 지적한 것은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헌법재판 과정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가 있다는 점, 환경권 실현에 있어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가 인정돼 2031년 이후 감축목표를 정해야 하는 헌법적 입법 의무가 없다는 점, 탄소중립법에 감축목표를 5년마다 재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새로 설정하도록 규정된 점을 들어 2031년 이후 목표가 없지 않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헌재는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라는 NDC 자체에 대해서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라면서 문제 삼지 않았다.

헌재는 NDC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이른 2018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전제로 한 중간목표"라면서 "구체적인 수치 설정엔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치는 이상 수치만으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헌재는 연도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추후 더 감축하는 등 규율이 탄소중립기본법에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파리협정상 이행점검과 보고서 제출이 이뤄지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대상 분야는 이 제도를 통해 감축목표 달성이 실효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을 들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날 헌재가 NDC 자체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정부로서는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파리협정에 따라 내년까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즉 2035 NDC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미 지난 3월 2035 NDC 수립 작업에 착수한 터라, '2031년 이후 감축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추가 부담인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 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