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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사이언스] 경계에서 중심으로 옮겨가는 지진 연구
기사 작성일 : 2024-08-31 10:00:39

경주 지진(CG)


[TV 제공]

(부산= 조승한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대형 지진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던 한반도도 최근 잦은 지진으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대형 지진은 지각판의 경계부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지질학계도 최근 이런 중심부의 지진에 대해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이달 25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도 전 세계 지진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몽골, 이스라엘, 이집트 등 큰 지진이 잘 일어나지 않던 지역의 지진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29일 IGC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학회가 열리면서 지진이 빈번하지 않은 지역의 지진 특성에 관해서도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판의 중심부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러 개의 단층이 지각판을 갈라놓는 형태를 갖고 있다. 이 단층들이 판 주변부의 대형 지진 등을 통해 자극받으면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얀 클링거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파리지구물리연구소(IPGP) 박사는 이런 구조를 탁자 위에 여러 개의 섬유 조각을 이어 붙인 천이 올려져 있는 형태로 비유했다.

클링거 박사는 "바깥 부분을 밀면 대부분 변형은 경계에서 발생하지만 때때로 중앙에서도 비틀림이 생긴다"며 "이것이 내부가 지진을 겪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판 중심부에 발생하는 지진이 어떤 추가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발생하게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주로 이어졌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런 지진은 주로 판 경계부의 대형 지진이 큰 영향을 주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나 해수면 변화, 지표 특성 변화 등도 고려되고 있다고 최 센터장은 설명했다.

이런 것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과거 기록을 살펴 국내 지진과 주변 국가의 지진 사이 연관성 등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일본이나 중국에서 선사 시대의 지진을 연구한 자료와 양산 단층 등 지진을 비교해보면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며 "또 세계적 기후 패턴이나 지진 패턴과 상관성 등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링거 박사는 "최근 일본이나 대만 지진이 더 있었지만, 긴 기간을 보면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며 "과거 지진을 살펴보면 평균에서의 변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최진혁 본부장과 얀 클링거 박사


[촬영 조승한]

이런 정보를 모으면서 단층의 정보와 종합하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대형 지진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된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예측의 요소에는 시간과 공간, 규모가 있는데, 어느 지역에서 어느 규모의 지진이 있을 것이란 건 평가할 수 있지만 언제인지는 알 수 없어 현대 과학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확률론적 평가를 통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설계할 때 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주변에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지만, 위험도가 높은 것을 아는 만큼 스쿨존을 두고 방지턱 설치 등 안전조치를 하는 것처럼, 지진도 위험도가 높은 곳에 대비책을 세울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클링거 박사는 "내일 비가 올 거라고 예측할 순 없지만 어느 규모의 비가 올지 확률적으로는 알 수 있다"며 "공항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다면 오랜 기간의 확률을 계산해 예측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측은 최근 지질 구조를 토대로 지진에 따라 땅이 움직이는 정도를 파악하는 쪽으로 추세가 옮겨가고 있다고 클링거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건물의 경우 지진의 규모보다 오히려 1m 이상 큰 변위가 발생할 확률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규모 5 지진이 수 ㎞ 밖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땅이 1m 움직이는 게 파괴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위성을 통한 원격감지 등을 통해 지진 발생에 따른 땅의 움직임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클링거 박사는 "중요한 것은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사를 통해 과정을 이해하고 있고 내일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프랑스와 비슷하게 지질학적으로 판의 중심부에 있다는 유사성이 있지만, 지구과학 연구에 오랜 전통을 가져 지진 연구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프랑스와 달리 아직은 연구자 수 등에서 모두 뒤처지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에는 경주지진 이후로 이른바 '경주 키즈'라 불리는 젊은 연구자들이 늘어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최 본부장은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위성과 같은 원래 연구하던 분야를 지진학에 접목해 보고 싶어 하는 사례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이번 학회가 이런 학생들이 해외 석학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국내 학계 저변이 넓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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