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aily

[르포] "내일 낮에 오라네요"…세종충남대병원 찾은 환자·보호자 분통
기사 작성일 : 2024-09-03 09:00:36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찾은 환자들


(세종= 한종구 기자 =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 둘째 날인 2일 오후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세종= 한종구 기자 = 2일 오후 5시께.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앞은 적막한 모습이었다.

바쁘게 오가던 구급차는 주차장에 멈춰 서 있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들이 바쁘게 드나들던 응급실 입구도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응급실을 오가는 시민은 5∼6명에 불과했다.

세종시의 유일한 지역 응급의료센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응급실 유리문에 붙은 '응급의료센터(성인응급) 야간 진료 제한 안내'라는 안내 문구가 유난히 크게 눈에 들어왔다.

오후 5시 10분께 70대 노인과 함께 응급실을 찾은 한 여성이 10여분 만에 노인을 부축해 응급실을 빠져나왔다.

이 여성은 취재진에 "오늘 진료를 할 수 없으니 내일 오라고 해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9월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응급실 야간 진료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세종= 한종구 기자 =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 둘째 날인 2일 오후 응급실 내부 모습.

이러한 방침에 따라 오후 4∼5시 이후 응급실을 찾은 환자에 대해서는 중증 여부에 따라 중증 환자는 입원실로 옮기고 경증 환자는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병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70대 노인이 오후 6시 전에 병원을 찾았음에도 진료를 받지 못하고 응급실 앞에서 집으로 돌아간 이유다.

오후 6시가 되면 사실상 응급실 불이 꺼지는 셈이다.

8월 한 달간 매주 목요일 응급실을 중단하거나 축소했으나 이달 들어 축소 운영이 확대된 것이다.

중학생 남자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한 어머니는 "아이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왔는데, 간단히 처치여서 그런지 다행히 치료받고 귀가한다"고 말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이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한 것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 때문이다.

교수 3명과 촉탁의(계약직) 12명 등 15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의료센터는 최근 교수 1명·촉탁의 3명이 사직한 데 이어 9월 1일 자로 촉탁의 4명이 추가로 사직했다.

촉탁의들이 인근 대형병원으로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것이다.

세종시는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군의관 2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응급실 진료 공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찾은 환자들


(세종= 한종구 기자 =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야간진료 중단 둘째날인 2일 오후 환자와 보호자가 응급실을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세종시 주민 이모(38)씨는 "밤에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가까운 대전으로 가더라도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데, 정말 불안하다"고 말했다.

세종소방본부는 유일하게 응급실이 있는 인근 2차병원이나 대전, 충남 천안, 충북 청주 등으로 응급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에 "환자의 증세에 따라 이송할 병원을 결정한다"며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 야간 진료 중단으로 환자 이송 시간과 거리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