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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의 경고…"지경학적 분절 계속되면 세계 실질소득 5% 감소"
기사 작성일 : 2024-09-04 12:00:19

랄프 오싸 WTO 수석이코노미스트


[KDI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선희 기자 = 랄프 오싸 세계무역기구(WT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중을 중심으로 한 지경학적 분절화가 계속되면 세계 경제의 실질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전 세계 교역의 분절화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시뮬레이션해보니 현재와 같은 지경학적 분절화가 지속되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경제 실질 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인 규칙 기반 세계무역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고 했다.

오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이런 지경학적 분열 속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국가가 구매, 조달 국가를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포함하는 소위 '차이나 플러스원' 전략을 쓰고 있다"며 "실증적으로 한국이 그 플러스원 국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무역에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 비중도 커지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는 아주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음은 오싸 수석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전 세계 무역 환경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나.

▲ 미국의 관세정책은 WTO 차원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할 순 없겠지만 이미 지정학적인 영향으로 인해 전 세계 무역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교역 증가 속도는 제3국과의 교역 증가 속도에 비해 이미 30% 더 낮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과 중국 간 문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지경학적인 두 개의 블록으로 분열되는 그런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열은 유엔총회에서 각 국가의 행동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두 블록 사이 교역 증가 속도는 각 블록 내부에서의 교역 증가 속도보다 4%가량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것을 프렌드쇼어링이라고 부른다.

-- 미국 대중 관세 정책에 따라 한국이 받을 수 있는 영향은.

▲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중요한 교역 상대로 두고 있고, 자동차·반도체 등 미·중 간 긴장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산업 부문을 큰 규모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여러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 기회가 존재한다. 여러 국가가 구매 혹은 조달 국가를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까지 포함하는 소위 '차이나 플러스원( 1)' 전략을 통해 다변화하고 있고, 실증적으로 보면 한국이 그 '플러스 원' 국가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WTO가 관리하는 규칙 기반 다자무역체제는 유지돼야 한다.

또 많은 분이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흥미로운 변화가 있다면, 한국 무역에서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 비중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서비스 무역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특히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실행되는 서비스 부문의 경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배가량 교역 규모가 늘었다. 대부분 비즈니스를 위한 서비스인데, 이를 보면 한국 경제 무역 구조가 다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글로벌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 단기 리스크의 경우, 우리가 계속 관찰하고 있는 거시경제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미국 노동 관련 통계를 통해 미국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큰 우려는 유럽경제다. 4월 발표된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상품무역 규모는 2.6%, 내년에는 3.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직은 이 수치가 합리적이라고 보지만 10월 업데이트 때는 약간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요인으로는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교역이 분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희가 시뮬레이션해 보니, 현재와 같은 지경학적 분절화가 지속되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경제 실질 소득이 5%가량 감소할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개방적이고, 다자주의적인, 규칙 기반 세계 무역 질서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공급망의 회복력을 유지하고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빈곤과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데도 중요하다. 그래서 지정학적 긴장이 어느 정도 억제되는 선에서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무역 비용이 늘고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특히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평가도 있는데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 한국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비스 부문 성장이나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수출 등 경제 다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규칙 기반 다자 교역 질서는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공급망 충격이 어디에서 발생할지 알 수 없고, 그런 경우 어떤 나라가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외부의 또 다른 옵션,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역 상대국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때 우리는 이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공급망 충격이 크게 발생했지만, 세계 교역은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첫 번째 락다운 조치 이후 4분의 3가량 세계 교역이 빠르게 회복됐고, 이는 세계 경제 질서의 회복력을 보여줬다. 그 덕에 의료 물자, 개인 방역 장비, 백신이 보급될 수 있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로부터 식량을 수입하던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식량 안보에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른 국가들로부터 수입할 수 있었다. 이 역시 개방적인 교역 질서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가 홈쇼어링, 프렌드쇼어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경제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개방적 규칙 기반의 다자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 미·중 지경학적 분열, 무역구조 공급망 재편 속에서 WT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현재 세계교역 질서 속에서 WTO가 많은 압박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WTO는 여전히 중요하고, 회원국과 회원국 국민에게 필요한 기구라고 생각한다.

WTO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을 한다. 회원국 사이 무역협정 협상을 주도하고 그 이행과 감독 책임을 지며 분쟁을 해결하는 기구이기도 하다.

협상 관련해 말씀드리면 다자간 여러 협상이 계속해 완결되고 있다. 무역 촉진 협정도 있었고, 최근 수산업계 남획을 조장하는 보조금을 축소하고자 하는 목적의 수산업 보조금 협정도 있었다. 또 일부 국가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개발을 위한 투자협정도 한국 주도로 협상이 완료됐다. 그리고 서비스 교역을 증가시키기 위한 서비스 국내 규제 협정도 있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행과 관련해서는, 지역 차원 무역 협정이 증가하고 더 선호하는 국가 간 양자 협정이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세계교역의 75%는 WTO 질서 하에서 최혜국 대우 관세를 적용받아 진행되고 있다. WTO는 여전히 세계교역 질서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분쟁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WTO 분쟁 해결은 2단계 시스템을 갖고 있다. 2단계인 항소는, 현재 일부 회원국 간 이견으로 인해 잘 작동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대부분 분쟁은 1단계에서 다 해결되고 있다. 여러 국가가 WTO 체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것은 역사적으로 WTO가 대표해온 무역 질서에서 많은 이득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다자 교역 체제 속에서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을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WTO는 한국이 보내주는 지지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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