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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해" 발음 어눌해도 화재공통어로 신속 대피…울산 실전훈련
기사 작성일 : 2024-09-07 16:01:10

화재 대피 훈련하는 외국인들


[울산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장지현 기자 = "대피해, 대피해!" "불이야, 불이야!"

지난 6일 오후 6시 30분께 울산 동구 동부동의 HD 현대중공업 외국인 전용 기숙사 '기술재' 2층 창문에서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화재를 알리는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자, 퇴근 후 쉬고 있던 외국인들이 연신 '대피', '불이야' 등을 외치며 달려 나왔다.

각 객실에 배치된 손수건으로 입을 막거나, '중요문서'라고 적힌 박스를 들고나오는가 하면 다친 동료를 부축한 채 대피하기도 했다.


화재 대피 훈련하는 외국인들


[울산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화재 상황을 방불케 하는 이 긴박한 장면은 500여 명이 사는 외국인 전용 기숙사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불이 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된 소방 훈련이다.

울산 동부소방서와 HD현대중공업 자체 소방대가 함께 시행한 이번 훈련은 외국인들이 기숙사 화재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져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화재 공통어'를 선정해 공유하도록 했다.

화재 시 필수적인 4개 단어(119, 불이야, 대피해, 소화기)를 선정해 그 의미와 한국어 발음을 교육했다.


화재 대피 훈련하는 외국인들


[울산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이날 훈련에 참여한 외국인 450여 명은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 3개국 출신으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피 상황에서는 하나 같이 "불이야", "대피해"를 반복해 외쳤다.

기숙사 복도에는 베트남어, 스리랑카어, 필리핀어로 화재 공통어를 설명하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기숙사 내 국적별로 지정된 자체 리더 '소방 안전 키맨(Key man)'의 역할도 도드라졌다.

피난 집결지에 대피자들이 얼추 모이자 국적별 키맨들은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자국 근로자들과 소통하며 대피 인원을 파악했다.

파악한 인원을 능숙한 한국어로 소방대원들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


화재 대피 훈련하는 외국인들


[울산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부소방서는 최근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로 외국인 근로자 소방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만큼, 외국인 전용 기숙사에 대한 소방 안전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는 지난 6월 24일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특히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외국인인 것으로 드러나, 외국인 근로자 안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등 주요 조선소가 있는 울산 동구는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동구 지역 대형선박 건조업체 외국인 근로자 수(올해 8월 기준)는 7천523명으로, 2022년(4천903명)보다 2천620(53.4%) 증가했다.

동부소방서는 기숙사 거주 외국인들이 위급상황 시 원활히 소통하고 빠르게 대피할 수 있도록 화재 공통어 교육을 강화할 예정이다.

각 기숙사에 국적별 소방 안전 키맨 지정, 소방시설 사용법 외국어 표기 리플렛 제작·보급, 외국인 소방 안전관리 실무협의체 운영 등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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