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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폭탄' 최초 생산처는 어디?…국경 넘어 이어지는 흔적들
기사 작성일 : 2024-09-20 11:00:56

폭발물 처리 대상이 된 무선통신기기


(베이루트 AFP= 19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시내의 인도 한쪽에 레바논 보안군 관계자가 폭발물 처리 대상으로 지목된 무선통신기기를 놓아둔 모습. 2024.09.20

임지우 기자 = 레바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헤즈볼라에 전달됐는지와 관련한 미스터리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폭발한 기기의 제조사로 처음 지목됐던 대만 기업은 관련을 부인했고, 이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무선호출기를 팔았다는 헝가리 업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란 의혹에 휘말렸다.

이어 불가리아의 한 컨설팅 업체도 무선호출기 판매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삐삐 폭탄' 제조자를 찾아내기 위한 조사가 국경을 넘어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불가리아 당국은 이날 자국 내무부와 보안 당국이 자국 내 모 업체의 '삐삐 폭탄' 유통 개입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해당 업체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 기반을 둔 컨설팅 회사 '노르타 글로벌'이 문제가 된 삐삐를 헤즈볼라에 판매하는 것을 도왔다고 보도했다.

불가리아 공영 bTV 방송은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거래와 관련해 160만 유로(한화 약 23억원)가 불가리아를 통해 헝가리로 송금됐다고 전했다.

처음 문제가 된 삐삐를 제조한 것으로 의심받은 것은 대만 기업 골드아폴로다.

지난 17일 레바논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삐삐에 이 업체의 상표가 부착된 것이 확인되면서 골드아폴로가 헤즈볼라에 해당 삐삐를 수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골드아폴로 측은 해당 삐삐는 자신들이 제조한 것이 아니라며 이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회사 'BAC 컨설팅 KFT'가 자신들의 상표를 사용해 해당 삐삐를 제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헝가리 정부는 BAC가 무역중계회사일 뿐 자국 내 제조시설이 없다며 "문제의 기기들은 헝가리에 있었던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삐삐 폭발 사고에 슬퍼하는 레바논 남성


(베이루트 AFP= 18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베이루트에서 열린 삐삐 폭발 사망자 장례식에 참석해 슬퍼하고 있다. 2024.09.20

이런 가운데 불가리아의 컨설팅 회사 '노르타 글로벌'이 삐삐 판매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관련 조사는 불가리아와 이 회사의 창립자가 거주하고 있는 노르웨이로도 확대됐다.

노르타 글로벌의 창립자인 린슨 호세는 현재 노르웨이의 미디어 그룹인 'DN 미디어'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노르웨이 경찰은 "밝혀진 정보에 대한 예비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해당 기기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후 개입해 폭발물을 주입했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이 아예 페이퍼 컴퍼니(유령 회사) 등을 내세워 직접 제품 공급망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헝가리의 BAC 컨설팅은 이스라엘이 위장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이며 제조단계에서부터 폭발물과 기폭장치가 삽입된 삐삐를 만들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배터리 제거한 무전기


(베이루트 AFP= 18일(현지시간) 무전기 폭발 사고 이후 한 남성이 배터리를 제거한 무전기를 손에 들고 있다. 2024.09.20

한편 17일부터 이틀에 걸쳐 발생한 삐삐와 무전기(워키토키) 폭발로 인한 사망자는 이날까지 총 37명으로 늘었다고 레바논 보건 당국이 밝혔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17일 삐삐 폭발로 12명이 숨졌으며, 이튿날 발생한 무전기 폭발로는 25명이 죽고 608명이 다쳤다.

레바논 당국은 사상자 중에서 헤즈볼라와 민간인 피해를 구분하지 않았다.

헤즈볼라는 17일부터 이날까지 헤즈볼라 전투원 38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삐삐·무전기 폭발과 관계 없이 이스라엘과 교전 중인 국경 지대 등에서 숨진 전투원 5명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연이틀 발생한 무선 전자기기 폭발에 레바논 당국은 수도 베이루트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에 삐삐와 무전기를 소지한 채 탑승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레바논 국영 방송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바논 민간항공국은 베이루트에서 운항하는 항공사들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무전기와 삐삐를 소지한 채 탑승하는 것이 금지됐음을 승객에게 알릴 것을 지시했으며, 해당 기기들의 항공 운송도 금지했다.


베이루트서 거행된 '삐삐 폭발' 사망자 장례식


(베이루트 EPA=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전날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 사망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문상객들이 관을 옮기고 있다. 레바논 당국은 이번 '삐삐 폭발' 사건으로 최소 12명이 숨지고 2천8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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