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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하마스에서 레바논 헤즈볼라로 창끝 돌렸다
기사 작성일 : 2024-09-21 12:00:56

김문성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현지 무장정파 하마스와 벌이던 전쟁을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로 옮겨갔다는 진단이 나온다.

헤즈볼라를 겨냥한 최근 무선호출기 폭발 공격, 레바논 남부에 대한 전례 없는 공습,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뤄진 최고위급 사령관 암살 등이 이 같은 변화를 일관적으로 가리킨다는 게 외신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헤즈볼라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을 표적 공습으로 살해한 직후 짤막한 성명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며 행동으로 말한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자료사진]

이는 헤즈볼라를 외교를 통해 달랠 수 없는 위협으로 보고 군사력으로 억제,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에 미뤄볼 때 이스라엘의 목표가 최근 며칠 사이에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당초 목표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 궤멸이었지만 지금은 접경지인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피란민을 귀가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피란민들이 집에 돌아갈 때까지 군사 행동이 계속될 것이라고 이날 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자국 남부와 접경한 이스라엘 북부를 로켓 등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북부 주민들을 피란시킨 뒤 헤즈볼라에 반격하면서 최근까지 저강도 교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태도는 11개월 넘게 이어진 토벌 작전으로 가자지구 내 하마스가 눈에 띄게 약화하자 헤즈볼라의 위협에 고강도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남부를 전후 최대규모로 공습한 데 이어 수도 베이루트 상공에 전투기를 보내 '소닉붐'(초음속 굉음)으로 공포를 주입하기도 했다.


'삐삐 폭발' 사망자 장례식


(베이루트 EPA= 1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 전날 발생한 무선호출기(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 사망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문상객들이 관을 옮기고 있다. 2024.09.19

앞서 갈란트 장관은 지난 18일 "우리가 새로운 전쟁 단계의 시작점에 있다"며 헤즈볼라에 대한 본격적인 군사작전, 전쟁의 초점 변경을 시사했다.

해당 시점은 헤즈볼라 조직원들에게 지급된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이틀간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해 최소 37명이 숨지고 3천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때였다.

일부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무선호출기 동시다발 폭발이 독립적인 작전이 아닐 수 있다며 다른 대규모 군사작전의 전조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은 아직 전면전이나 중동전쟁 확대가 아닌 가자전쟁의 일부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긴장수위가 현격히 높아진 까닭에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불장난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이스라엘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우려하지만 국지적 군사작전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미국은 이스라엘 북부와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을 떠난 사람들이 모두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이스라엘의 새로운 우선순위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해낼 때까지 그 일을 계속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레바논을 억제하는 데 외교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군사 목표의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월 말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함께 이스라엘 북부 국경을 방문해 군 사령관들을 만나 격려했다.

갈란트 장관은 비슷한 시기 미국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해 전면전 불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자료사진]

북부의 긴장 완화라는 새로운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을 놓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서로 그간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갈란트 장관은 지난 16일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인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을 만났을 때 군사 행동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여전히 이란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중동 사태 악화를 경계하며 외교적 해법을 찾는 데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헤즈볼라를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자지구 휴전협상 타결이 바이든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없다는 진단까지 나오는 등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갈란트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긴장 고조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하며 외교적 해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쟁이 양측의 공격으로 피란을 떠난 이스라엘이나 레바논 시민들을 집으로 보내지 못할 것이라며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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