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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일상이 된 '극한 기후', 상시대응·재난대비 강화를
기사 작성일 : 2024-09-22 15:00:28

구조되는 해남군민들


(해남= 21일 오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대가 침수돼 소방 당국이 주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4.9.21 [전남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추석 때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번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역대급 9월 폭우가 쏟아졌다. 20∼21일 이틀간 내린 많은 비에 땅 꺼짐, 산사태, 낙석, 침수, 정전사고가 잇따르고 7개 시도에서 1천500여명의 주민이 긴급히 대피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냈다. 전남 진도의 1시간 강수량 최고치가 112.2㎜에 달했고, 경남 창원에 이틀간 529㎜의 비가 내리는 등 곳곳에서 역대 9월 일강수량 기록이 나왔다. 그나마 극한 호우에도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조속히 침수지역 피해를 복구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당국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에 상륙했던 제14호 태풍 풀라센이 열대저압부로 약화됐지만 방향을 틀어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많은 비를 몰고 왔다고 한다. 이번 폭우를 계기로 며칠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폭염은 물러갈 것이라고 하는데, 한반도 주변의 기압 배치 변화로 오히려 가을 태풍이 한반도 쪽을 향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여름보다 가을철 발생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더 많이 영향을 끼쳤고 큰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정부는 재난 대비 체제를 재점검하기 바란다.

극단적으로 바뀌는 날씨는 이제 한두 번의 이례적 현상이 아닌 일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심화하면서 극단적 폭염과 극한 호우가 교차하고 이상 기후가 나타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에선 반세기 중 가장 긴 가뭄이 이어져 피해를 속출하다가 장마철에는 다시 기록을 세울만한 많은 비가 이어졌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추석 때까지 계속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올해 5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발생한 폭염으로 3천50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가 32명으로 추정된다. 기온 상승으로 거주지역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응답률이 13% 더 높아졌다는 민간 연구 결과도 최근 나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극한 호우 등으로 인한 최근 3년간 피해액은 1조6천억원이 넘고 인명 피해도 85명에 달한다. 이상기후 현상은 이제 이례적이지 않고, 우리의 대응도 허술함이 없어야 한다.

앞으로 극단을 교차하는 이상기후 현상은 더 잦고 이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신속하고 정확한 기상 예보 능력은 지속적으로 확충돼야 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체제도 임시방편식 대처가 아닌 장기적 계획 아래의 지속적인 보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얼마 전 극한 홍수나 가뭄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14년 만에 신규 댐 건설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해 합리적 결론을 내되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가 적극 설득 노력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올가을 한반도를 내습할지 모를 가을 태풍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중장기적 재난 대응 시스템 점검에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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