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나 김철선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이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를 '조용한 선거전'으로 치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이번 재보선에 나선 윤일현(부산 금정구청장)·박용철(인천 강화군수)·최봉의(전남 곡성군수) 후보에게 공천장을 수여했다.

그러면서도 후보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통상적 수준의 인사말이나 선거 승리를 다짐하는 공개 발언은 생략했다.

국민의힘은 재보선 공천과 선거운동을 각 시·도당에 위임하며 중앙당 차원에선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재보선 관련 지도부의 행보나 메시지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두 야당의 지도부가 모두 나서 '텃밭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이 4개 시·군의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당 지도부가 나서지 않고 지역 차원에서 차분히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초단체장 선거는 시도당 총괄이 원칙"이라며 "지도부와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선거유세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이 치러지는 4곳 중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는 당의 지지세가 강한 곳이고, 나머지 2곳(전남 영광·곡성)은 당선 가능성이 낮은 야당의 '텃밭'이라 지도부 차원의 선거운동을 할 유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영광군수 재선거에는 아직 지원자가 없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면에는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학습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중앙당이 공천을 주도해 김태우 후보를 전력으로 지원했다. 당시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모두 몰려가 거리 유세를 벌였다. 의원마다 소셜 미디어에 '선거운동 인증샷'을 올리도록 하는 등 떠들썩한 선거전을 벌였지만 결과는 참패였고, 결국 당 지도부는 물러났다.

이번에는 한 대표가 최근 부산 금정에서 격차 해소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던 것처럼 '측면 지원' 형태의 활동은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보선 지역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준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재보궐선거 후보자 추천장 수여식에서 추천 당사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로 추천된 윤일현, 인천 강화군수 후보로 추천된 박용철, 전남 곡성군수 후보로 추천된 최봉의. 2024.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