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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건강검진' 받는 열교환기…SK이노가 AI로 울산에 벌인 일
기사 작성일 : 2024-09-29 10:01:14

(울산= 강태우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지역 상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울산 AI 스타트업인 딥아이(DEEP AI)와 함께 개발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설루션'을 통해 울산을 AI 중심의 산업도시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 울산 CLX 'AI 비파괴검사'


(울산= SK이노베이션과 지역 인공지능(AI) 기업 딥아이(DEEP AI)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설루션'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를 하고 있다. 2024.9.29.[SK이노베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4일 SK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서 기자단 현장 방문 행사를 열고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IRIS와 스마트플랜트 사업화 계획 등을 설명했다.

울산CLX는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생산기지로 대한민국 에너지·석유화학 산업의 심장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1년 365일 가동되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은 안전 운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엔지니어가 정비 여부를 판단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초음파를 이용해 결함을 찾는 비파괴 검사로, 주로 열교환기 결함 검사에 사용된다.

김기수 딥아이 대표는 "최근 잇따른 정유·석유화학 공장들의 화재 및 폭발 사고는 노후화된 열교환기로 인해 발생했다"며 "열교환기는 필수적으로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AI IRIS는 사물이 받는 '건강검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열교환기는 정유·석유화학 공정에서 제품 생산 시 온도 조절에 쓰이는 수천개 튜브로 구성된 핵심부품이다.

울산CLX에만 약 7천기, 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 내 약 3만기가 있을 만큼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특히 열교환기는 혹독한 운전환경으로 균열, 부식, 마모가 잦고 고장 원인의 약 80% 이상이 열교환기 내 튜브 손상으로 알려졌다.


'AI 비파괴검사(IRIS) 자동 평가 설루션'


(울산= 강태우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딥아이가 개발한 AI IRIS 설루션으로 검사한 결과가 화면에 나타나고 있다. 2024.9.26.

이날 찾은 울산CLX에서는 SK에너지, 딥아이 직원들이 직접 AI IRIS를 시연했다.

기존 검사 방식은 초음파를 이용해 촬영 후 전문가가 육안으로 결함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면, AI IRIS 기술은 초음파로 촬영한 후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결함을 찾아낸다.

정확도는 95% 이상이며, 검사 소요 시간도 기존 대비 90% 이상 단축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검사 이후 AI가 수십초 이내에 평가 결과를 화면에 띄워 시각화했다.

김 대표는 "초음파 검사 후 수집된 영역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AI가 파란색, 검은색으로 다르게 나타내고 이를 검사자가 평가하게 된다"며 "과거와 현재 열교환기 상태를 비교할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AI의 수명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에 AI IRIS 자동 평가 설루션을 전면 적용한 후 울산 정유·석유화학 단지로 이를 확대하는 등의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울산CLX 관계자는 "딥아이와 함께 AI IRIS를 더욱 고도화해 국내 전체 정유·석유화학 산업뿐 아니라 동일 기술이 적용되는 배관, 보일러, 탱크, 자동차, 항공기 부품 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설비자산관리 시스템 '오션-H'


(울산= SK에너지 구성원이 SK이노베이션에서 자체개발한 설비자산관리 시스템 '오션(OCEAN)-H'를 활용해 회의를 하고 있다. 2024.9.29.[SK이노베이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6년부터 울산CLX에서 추진했던 스마트플랜트에 AI와 DT를 접목시키며 생산 현장의 스마트화를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 자체 개발한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오션(OCEAN)-H'의 사업화도 성공했다.

오션-H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지난 60여년간 축적된 데이터로 다양한 상황에 맞춰 활용하게 구현한 모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초 오션-H를 상업화한 후 해외 설루션과 경쟁하며 현재까지 울산지역 정유·석유화학 업체 5개사를 고객으로 확보해 약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유·석유화학 업체뿐 아니라 발전, 철강, 배터리 분야 등에서도 문의가 꾸준하다는 설명이다.

오션-H의 지능화·고도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스마트 비계 시스템, 스마트 작업허가서 등 자체 개발 제품군을 확대하며 AI 기술을 접목해 편의성 및 정확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서관희 SK에너지 기술·설비본부장은 "울산CLX의 정유·석유화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AI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다"며 "울산CLX는 국내 최초 정유공장에 이어 국내 최초 스마트플랜트 도입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 전경


[촬영 강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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