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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대 다섯번째 필경사 유기원 "임명장에 대통령 마음 담겠다"
기사 작성일 : 2024-10-08 09:00:01

'역대 5번째 필경사' 인사혁신처 유기원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홍국기 기자 = "대통령의 마음을 담을 수만 있다면 필경사는 없어서는 안 될 직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필경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뽑는 인원도 더 많아지겠죠."

대통령 명의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고 대한민국 국새를 날인하는 공무원인 필경사(筆耕士) 유기원 인사혁신처 주무관(43)이 8일 와 인터뷰에서 밝힌 직업관이다.

필경사는 1962년 처음 생긴 이래 62년 동안 유 주무관을 포함해 단 5명 밖에 없었던, 대한민국 공무원 가운데 가장 희귀한 직군으로 꼽힌다. 주요 업무는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 대장 관리시스템 운영·관리, 정부 인사 기록 유지·관리, 임명장 수여식 행사 관리 등이다.

5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난 7월 말 역대 다섯 번째 필경사로 임용된 유 주무관은 그동안 500∼600장의 대통령 명의 임명장을 작성했다.

대전대 서예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여러 전시를 통해 두각을 나타낸 서예가였던 그는 '노량', '경성크리처', '재벌집 막내아들' 등 다수의 영화·드라마에 등장하는 글씨를 대필했다.


'역대 5번째 필경사' 인사혁신처 유기원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유 주무관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가 처한 상황에 맞는 글씨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면서 "2∼3년간은 어떤 감정 상태에서 어떻게 글씨를 표현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훈련했던 시간이었다"고 소개했다.

처음으로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썼을 때의 소감을 묻자 "대통령이 내 오른손을 잡고 글씨를 쓴다는 느낌, 혹은 내가 대통령의 손을 잡고 글씨를 쓰는 느낌으로 썼다"고 술회했다.

필경사는 통상 1년에 4천∼7천장의 임명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주무관은 "하루에 임명장을 10장 쓰면 많이 쓰는 것"이라며 "임명장 종이는 한지를 특수 제작한 것이라 귀하게 다루고, 그만큼 글씨를 쓸 때도 매우 신중하게 임한다"고 전했다.

또 "일주일에 하루는 임명장에 국새와 대통령 직인을 찍기 위해 세종에서 서울로 출장을 간다"며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국새와 대통령 직인을 받아와서 내가 작성한 임명장에 직접 날인한다"고 설명했다.

유 주무관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손 글씨가 갖는 힘에 대해 "컴퓨터 글씨로 출력한 글씨는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을 것 같다"면서 "감정을 담아 진심을 전하는 것이 손 글씨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명장에 대통령의 마음을 담으려고 늘 노력하겠다"고 역설했다.


'역대 5번째 필경사' 인사혁신처 유기원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아울러 유 주무관은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서예가로 활동할 때는 한글보다는 한문을 많이 썼다"며 "지금은 한자 쓸 일은 없고, 한글만 쓴다"고 언급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한글 서체를 공부해 볼 시기"라며 "3대 필경사부터 한글 서체를 배운 분들이 임용되면서 이전보다 임명장 글씨의 자형(글자 모양)과 획이 훨씬 이뻐졌다"고 소개했다.

또 "한글 서체는 위에서 아래로 세로로 쓰는 자형이지만,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은 가로로 쓰는 자형"이라며 "임명장 한글 서체도 가로에 맞는 획과 자형으로 계속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유 주무관은 "임명장에 쓰는 한글 서체는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고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5번째 필경사' 인사혁신처 유기원 주무관


[인사혁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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