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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거 이기자…日여야, 대표정책 '현실 타협'으로 표심 구애
기사 작성일 : 2024-10-08 11:01:05

국회에서 발언하는 이시바 일본 총리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 박성진 특파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을 해산하고 오는 27일 조기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기존 주장을 굽히고 현실적인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이 8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중의원 대표 질의에서 지난달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주장한 자신의 지론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과 미일지위협정 개정과 관련해 "단시간에 실현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선은 중요한 외교·안전 보장상의 과제에 대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아시아판 나토 창설은 일본의 집단 자위권 정의에 부합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평화 헌법과도 어긋날 수 있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미일지위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일본 정부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면 미일 외교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도쿄와 평양을 잇는 연락사무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이시바 총리는 전날 관련 질의에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총리 취임 전 언급한 금융소득과세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부부가 다른 성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과 관련한 질의에는 "여러 의견이 있어 국민 각층 의견이나 국회 논의 동향 등을 근거로 해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입 여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이시바 총리도 도입에 긍정적인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는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으나, 자민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에서 반대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시바 총리가 4일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은 아시아판 나토 구상이나 선택적 부부 별성 등에 관해 전 정권(기시다 후미오 전 정부)의 입장에 접근하는 현실 노선으로 수정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고 분석했다.


노다 요시히코 전 일본 총리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전날 발표한 중의원 선거 공약에서 자민당 파벌의 비자금 스캔들을 겨냥해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는 동시에 온건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당의 주요 정책에서 현실 노선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였다.

입헌민주당 당 강령에는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원전 제로 사회를 하루라도 더 일찍 실현한다"고 돼 있으나 이번 선거 공약에서는 '원전 제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2050년까지 가능한 이른 시기에 화석연료와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탄소 중립 달성"을 내걸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원전 제로에 대해 "단번에 실현할 수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생각해 이 표현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입헌민주당은 또 2021년 중의원 선거와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 공약인 한시적인 소비세 감세도 이번에는 공약에 포함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실 노선을 내세워 정책 면에서 안정감을 강조하면서 정치자금 문제로 자민당을 떠난 온건 보수층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내에서 간판 정책 보류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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