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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아포스트로피…" 영어식 소유격 표기 허용에 독일 시끌
기사 작성일 : 2024-10-08 12:00:58


독일 베를린 거리 [EPA 자료사진]

현윤경 기자 = 영어에서 소유격을 나타내는 기호인 아포스트로피(')를 독일어에서도 공식 허용하기로 하면서 독일어권 국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어권 도시에서는 가령 가게 이름으로 '로지의 바'(Rosi's Bar), '카티의 키오스크'(Kati's Kiosk)처럼 상호를 나타낼 때 사람의 이름 뒤에 ''s'를 쓰는 경우가 최근엔 비교적 흔해졌지만, 이는 문법적으로 틀린 것이다. 로지가 운영하는 바를 지칭하는 바른 독일어 표현은 아포스트로피 없이 사람 이름 뒤에 's'만 붙인 'Rosis Bar'이다.

소유격 표기시 아포스트로피의 사용을 둘러싼 실수가 잦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이 부호를 '바보의 아포스트로피'라는 뜻을 지닌 'Deppenapostroph'로 부르기도 한다.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스위스의 독일어 사용 지역 등을 아울러 표준 독일어 철자법의 사용을 관장하는 기관인 독일어표기법위원회는 이처럼 독일어에서도 현실적으로 아포스트로피가 통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 소유격을 뜻할 때 아포스트로피의 사용을 공식 허용한다고 최근 결정했다.

위원회는 1996년에 이미 관련 규정을 완화한 바 있는 까닭에 사실상 소유격에 아포스트로피를 사용하는 것은 지난 30년간 엄밀히 말하면 부정확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변화에 따른 큰 혼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독일어권 신문들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 타블로이드지 빌트의 한 논평가는 소유격에 영어식으로 아포스트로피를 붙인 독일어 상호 등을 보노라면 "머리가 쭈볏거릴 지경"이라면서, 바뀐 규정이 독일어 애호가들의 개탄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의 칼럼니스트는 독일어표기법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영어가 거두고 있는 '승리 행진'의 또 다른 증거라고 평가했고, 또 다른 신문의 편집인은 이번 결정이 "영어에 무릎을 꿇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일부 언어학자들은 독일어에서 소유격에 아포스트로피 사용이 늘어나는 현상에 영어의 입김이 작용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피력했다.

베를린 자유대학교의 언어학자인 아나톨 슈테파노비치는 "이런 현상은 단지 표기상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며 "한 언어가 또 다른 권위있는 언어와 상호작용할 경우 보통 문법이 아니라 어휘와 통합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독일어에 대한 다른 언어의 영향력을 걱정하는 보수파의 오랜 전통은 늘 존재해왔다"며 "과거에 우려 대상이 프랑스어였다면 현재는 주로 영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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