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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이준영 기자 = 전국 최대 굴 생산지인 경남 남해안에 제철을 맞은 굴이 찾아왔지만, 최근 집단 폐사가 발생하면서 양식업계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가뜩이나 길어지는 경기 침체에 폐사 피해까지 겹친 어민들은 정부 지원을 호소한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굴수하식수협은 14일 오후 통영시 용남면 굴수협 위판장에서 올해 생굴 초매식을 열었다.

수협 공판장에서 열리는 첫 경매 행사인 만큼 예년 같으면 잔뜩 기대감이 감돌아야 하지만 이날은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우울했다.

최근 남해안에 산소부족 물 덩어리(산소 부족 물 덩어리)와 고수온이 덮치면서 굴 집단 폐사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도에 접수된 양식 굴 집단 폐사 신고는 약 600건이다. 피해 면적은 1천130㏊에 달한다.

실제로 이날 용남면 한 양식장에서 건져 올린 굴 대부분은 속이 빈 상태였다.

생존한 굴도 일부는 알맹이가 작고 빛깔이 탁해 상품성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통영에서 굴 양식업을 하는 박신형(38)씨는 "전체 양식 굴의 절반 이상이 폐사해 내다 팔 굴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소비 침체까지 겹치니 더 걱정이다"며 "매년 똑같은 바다에 양식을 하면 비슷한 굴이 나와야 하지만 올해는 고수온이 심해 타격이 크다. 바다는 사람 힘으로 해결이 안 되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김장철과 함께 굴 소비도 성수기를 맞지만, 올해는 배춧값 폭등으로 김장 수요가 줄어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굴 양식업계는 통상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이 성수기다.

굴이 김치의 감칠맛을 내기 좋아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굴수협과 어민들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홍태 굴수하식수협 조합장은 "굴 양식업 같은 1차 산업은 고수온 같은 자연재해가 겹치면 어민 개인이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종자 개량으로 고수온에 강한 굴을 개발하는 노력과 함께 정부에서 소비 촉진 행사를 열어 판매 지원금을 보조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