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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0여차례 극한호우 전남권 '호우 재난문자' 중단…이유는?
기사 작성일 : 2024-10-20 07:00:32


지난달 21일 오후 전남 영암군 학산면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시내가 물에 잠겨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재영 기자 = 올해 40여차례 '극한호우'가 내린 전남의 '호우 긴급재난문자' 운영이 중단된다. 내년 운영인력이 확정되지 않아서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철 방재기상 업무 기간' 종료에 맞춰 지난 16일부터 전남권 호우 재난문자 시범운영이 종료됐다.

기상청은 올해 수도권에서 호우 재난문자를 정규 운영하고 경북권과 전남권에서 시범 운영했다.

내년에는 일단 수도권과 경북권에서만 호우 재난문자를 정규 운영하기로 했다.

전남권은 정규 운영으로 전환하지 못한 이유는 전담 인력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서다.

기상청은 호우 재난문자를 운영하려면 전담 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동기상측정장비(AWS) 측정 강수량이 기준치에 도달했다고 기계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것이 아니라 비구름대 움직임 등을 종합 분석해 문자를 보내야 하는데, 극한호우가 내리면 가뜩이나 바쁜 예보관들에게 이런 업무를 추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호우 재난문자는 강수량이 기준치 80%에 달했을 때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통보하고 문자를 발송할 지역을 선정하는 등 준비에 착수하고, 기준치 90%까지 비가 내리면 비구름대 진행 방향과 정체 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강수량이 기준치에 이르면 문자를 보낼지 최종적으로 판단한 뒤 발송하는 단계를 거친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4개 조로 나뉘어 일하기에 한 권역에 호우 재난문자를 운영하려면 총 4명의 전담 인력이 추가로 배치돼야 한다.

올해 수도권기상청과 경북권을 담당하는 대구지방기상청에는 각각 정기직제와 수시직제로 호우 재난문자 운영을 위한 인력 정원을 확보했다. 그러나 전남권을 담당하는 광주지방기상청은 그러지 못했다.

이에 기상청은 내부 인력 조정으로 광주지방기상청에 인력을 파견해 올해 호우 재난문자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기상청은 원래 다른 일을 해야 할 인력을 호우 재난문자 전담 인력으로 보내는 방식을 내년에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일단 중단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작년 기상청과 행정안전부가 정원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상청은 과거 극한호우가 가장 잦았던 호남에 호우 재난문자를 추가로 운영하길 원했고 행안부는 지난해 풍수해로 28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북이나 3명의 인명피해가 난 충남에 실시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러한 기관 간 입장차 때문에, 광주지방기상청에 호우 재난문자 전담 인력 정원이 증원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16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농경지가 침수돼 있다. [ 자료사진]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 90㎜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강수량 72㎜ 이상인 경우', 읍면동 단위로 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호우 재난문자는 도입 후 인명피해를 막는데 톡톡히 역할 했다고 평가된다.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작년 6월 27일 전남 함평군에 많은 비가 내려 하천 수문을 열고자 집 밖에 나섰던 60대 여성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신고가 이뤄지기 약 1시간 전 함평군 강수량은 이미 호우 재난문자 발송 기준치를 충족했다.

사고 나기 1시간 전 경고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올해 여름에는 총 129차례 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중 전남권에 42차례가 발송됐는데, 이처럼 극한호우가 잦은 지역에 인력 문제로 호우 재난문자 운영을 중단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내년 수도권과 경북권 외 2∼3곳에서 추가로 호우 재난문자 시범운영을 실시한다는 것이 기상청 계획이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호우 재난문자 전국 시행을 위해선 32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

호우 재난문자를 차치해도 기상청 예보관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예보 난도가 높아지고 있어 예보관 충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기상청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전국 기상청 예보관은 올해 9월 기준 140명이다. 지난 수년간 132명이다가 올해 들어 8명이 증원됐다.

지난해 예보관들은 월평균 37.4시간씩 초과 노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밤샘 노동 시간은 61시간에 달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영국은 기상청 예보관이 7개 조, 미국과 일본은 5개 조로 나뉘어 일하며 마카오나 말레이시아 등 기상 선진국으로 꼽히지 않는 나라도 5개 조 이상 운영 중이다.

한국 기상청 예보관들은 4개 조가 하루 두 번 교대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태풍 '개미' 현재 위치는


지난 7월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제3호 태풍 '개미'의 경로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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