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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규 "北 파병은 대북제재 무력화 노린 도박"
기사 작성일 : 2024-10-29 04:01:02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온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4.10.28.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러시아에 커다란 정치적 빚을 지게 하려고 내린 도박 같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참사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와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러시아와 밀착하는 과정에서 파병이 이뤄진 만큼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참사는 "북한은 모병에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에 전투병을 보냈을 것"이라며 "파병을 공식 확인하지 않는 건 러시아의 만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파병군에 북한 군복을 입히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와 밀착으로 북한이 핵활동 및 미사일 도발을 해도 제약을 받지 않고 대북제재까지 피할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고, 이런 것이 점차 현실이 되면 미국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카드 하나를 잃은 셈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파병은 북한에 도리어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커 도박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파병군 일부라도 탈영 또는 귀순 사례가 나오면 정신력을 가장 위력한 무기라고 선전하는 북한군의 취약성이 드러날 것이어서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전투 경험이 없는 데다 '남의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하는 북한 파병군이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돌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이 전 참사는 부연했다.

내달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여는 정례인권검토(UPR)을 앞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제네바를 찾은 이 전 참사는 "북한의 인권 상황은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가 외국영화를 봤다고 미성년까지 가림 없이 총살하는가. 인터넷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어디인가"라고도 말했다.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제네바= 안희 특파원 = 지난해 탈북해 한국으로 온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24.10.28.

다만 과거에는 개념 자체가 없던 인권이라는 말이 북한에서 자주 쓰일 정도가 됐다는 점에서 서방국들의 인권 개선 압박은 부분적으로 효과를 거뒀다고 이 전 참사는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는 UPR처럼 일반적인 인권 보호 절차가 아닌 특별 절차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UPR을 선호한다. 일반적인 인권 논의 틀은 비단 북한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인권을 보장한다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는 주장을 펴기 쉽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따로 취급하면서 북한을 압박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반동사상배격법 등 사상 통제를 위한 악법들을 도입한 점을 폭로하고 처참한 폭정의 실정을 많은 언론과 종교단체,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이 전 참사는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는 "북한에게 인도적 지원은 매력적이지만 국제구호기구 관계자들이 상주하는 건 내부 사정을 공개하는 일이어서 꺼릴 것"이라며 "이를 알고 비(非)상주로 지원해 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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