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과의존(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고은지 김수현 기자 = 요즘 교사와 학부모들은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토로한다.
학생들이 집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탓에 대화가 사라지고 교실에서는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프랑스,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디지털 과(過)의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속속 시행 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학교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정치권과 정부가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법안 추진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우리나라 역시 더는 이 문제를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다.
하지만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율적·독립적 의사결정 권한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
[TV 제공]
◇ 청소년 37% '숏폼' 조절 못해…'제한' 공감대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에 대한 청소년의 과의존 현상은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성가족부가 초4·중1·고1 124만9천327명을 상대로 한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 습관 진단 조사 결과'를 보면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은 22만1천29명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의 17.7%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각각 17만4천374명, 12만7천845명이었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모두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 청소년도 8만1천190명으로 집계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도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10∼19세)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40.1%에 달했고, 3∼9세 어린이도 4명 중 1명(25.0%)이 여기에 속했다.
특히 1분 남짓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이용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은 36.7%로, 전 연령대 평균 23.0%를 크게 웃돌았다.
학교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는 교사와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권위와 시도교육청 인권센터에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금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민원과 진정이 계속 이어졌다.
인권위는 2014년 이후 최근까지 학생 휴대전화 수거 관련 진정 300여건과 관련해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를 인권침해라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7일 기존 입장을 뒤집고 휴대전화 일괄 수거를 학칙에 명시한 고교에 대해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결정 이후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 법적 근거의 필요성이 불거졌고 여당 의원의 발의로 관련 법 마련이 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도 어떤 형태든 학교 95%가량이 생활지도고시를 통해 스마트폰을 제한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있는 게 좋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여당이 발의했지만, 취지에는 야당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소년 스마트폰
[TV 캡처]
◇ 해외 규제 사례는…프랑스는 '국가적 위기 상황'
학생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시행 중인 스마트폰 사용 금지 규정을 내년도 입학 철에 맞춰 초·중학교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교 안에 별도의 사물함을 만들어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하고 하교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학생들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또는 금지를 규정한 법률을 지난 9월 제정했다. 이 법은 교육위원회 등이 2026년 7월 1일까지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또는 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5년마다 정책 검토를 하도록 했다.
영국은 올해 초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도록 학교에 지침을 내린 데 이어 관련 법안도 최근 발의됐다. 법안은 모든 학교가 '휴대전화 없는 지대'가 돼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담고 있다.
하지만 법적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자칫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한 '게임 셧다운제' 당시 불거졌던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안전이나 교육 목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 교내가 아닌 수업 중 사용을 제한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추진되는 법안은 스마트폰 사용을 두고 학생과 교사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제시할 법적 근거로 볼 수 있다"며 "구체적인 제한 방안이나 미이행 시 처벌 규정은 교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