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이 위협받는 시대에 열린 또하나의 외교 올림픽 COP16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림 기자 =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지난 달 21일 개막해 당초 계획보다 하루 늦게 마무리된 이번 총회에서 당사국들은 유전정보와 관련한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기업들에 '수수료'로 수익 일부를 내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다른 의제들에서는 당사국간 이견이 충돌하면서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COP16 참가국들은 '디지털 염기서열 정보'(DSI)를 이용한 기업들에 수익 일부를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기부하도록 요구하기로 합의했다.
DSI는 생물의 발생과 성장, 기능에 필요한 유전적 정보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통칭한다.
전세계 과학자들은 서로 동기화된 세 가지 데이터베이스에 유전 정보를 업로드하는데, 학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무료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일종의 '해적 행위'라는 비판이 나왔고, 당사국들은 2022년 총회에서 정보 이용 비용을 징수해 생물다양성 활동을 지원할 방법을 마련키로 합의한 바 있다.
당사국들은 이번 합의에서 DSI를 이용하는 기업에 이익의 1%, 또는 매출의 0.1%를 생물다양성협약 측 펀드에 기부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모습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이들은 합의문에 기업이 "기여해야 한다"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기금은 자발적인 형태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이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이를 통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 규모의 기금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성된 기금은 각국에 배분하되 절반 이상은 원주민과 지역사회에 전달키로 했다.
아울러 각국 정부에는 기업의 기여를 요구하는 입법 등 조처를 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COP16는 자연 보호에 관한 유엔 결정에 원주민이 협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각국의 의견차에 따른 한계도 노출했다.
특히 COP16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재정 운용과 관련해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22년 총회에서 채택된 GBF는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이 높은 중요지역 손실'을 제로화하고 전 지구 30% 이상을 보호지역으로 설정한다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당사국들은 연간 2천억 달러(약 276조 원)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이 자금의 조성과 운용 방법을 놓고 의견 대립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기금 수혜국에 지출 통제권을 더 많이 부여하는 새로운 기금을 창설할지를 놓고 각국의 이견이 충돌했다고 한다.
공여국들은 새 기금 창설에 따른 관리 비용은 낭비로 이어지고 자금의 오용 가능성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총회 기간 공여국과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저개발국 사이에 불신이 커지고 의견 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됐다고 전했다.
팽팽한 논쟁에 총회는 당초 폐막일인 1일을 넘겨 이날까지 계속됐지만, 당사국 대표단이 귀국을 위해 떠나면서 정족수가 부족해지자 갑자기 폐막이 선언됐다고 NYT는 전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1992년 리우정상회의에서 '생물다양성 보전', '생물다양성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목적으로 채택된 협약이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196개국이 당사국이지만, 미국은 이 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다.
길어지는 회의에 엎드려 휴식 취하는 각국 대표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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