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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년들 축의금 부담 커…월급 77만원인데 봉투엔 15만원"
기사 작성일 : 2024-11-14 18:00:57

중국 커플의 결혼식 촬영 현장


[EPA 자료사진]

김준억 기자 = 중국에서 청첩을 받아 결혼식에 참석하면 '펀쯔첸(亻 分子錢)'이라고 불리는 축의금을 내는 게 관습이다.

통상 빨간 봉투에 현금을 넣어 주는데,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영문 매체 차이나데일리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서북부 산시성 타이위안에 사는 대학생 자오이슝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돈 1천위안(약 19만3천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할 상황이다.

자오 씨는 다른 친구들이 같은 금액을 축의금으로 낸다는 이유로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정도를 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다.

그는 "축하하기 위해 빨간 봉투를 주는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 많은 금액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관행에선 축의금 최소 금액이 800위안(약 15만4천원)으로 정해져 자신과 같은 젊은 층에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최근 주변 대졸 취업자 평균 월급이 4천위안(77만2천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례를 보면 베이징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어우양(33)씨는 연휴 기간에 몰려드는 청첩장에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국경절 연휴에 결혼식장 2곳에 참석해 각각 축의금 1천위안을 냈다. 그는 지금까지 낸 축의금을 핸드폰에 꼼꼼하게 기록했는데, 총액은 2만위안에 이른다.

그는 "고민했지만, 사회적 전통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들의 비난을 받기 싫어서 참석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계획이 없다는 그는 뿌린 만큼 거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농담처럼 "40살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열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산둥성 칭다오에서 유학컨설턴트로 일하는 리원징(26)씨는 친구들의 청첩에 단호하게 "가지도 않고, 펀쯔첸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리씨는 오랫동안 연락도 없던 이들로부터 결혼식 초대를 받는 것에 진저리를 쳤다.

그가 경험한 극단적 사례를 보면 20년 넘게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의 옛 직장동료가 아버지의 소셜미디어 아이디를 알아내고선 자기 아들 결혼식에 리씨 가족을 초대했다.

이에 따라 리씨는 친구들이 연애를 시작할 때마다 미리 결혼식에 가지 않고 축의금도 안 주겠다는 결심을 알리고, 자신에게도 축의금을 줄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리씨처럼 오랜 전통에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과 일부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결혼식에 현금을 선물로 주는 것이 오랜 전통이라며 최근에는 예식장에 참석할 수 없는 하객은 위챗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빨간 봉투를 보내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하객 별로 축의금 액수를 기록해 나중에 자신이 하객으로 참석할 때 비슷한 액수를 봉투에 넣는 것이 관행이며 금액은 친밀도나 사회적 기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통상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중국청년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93%는 축의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51%는 축의금을 낼 때 재정적 부담과 함께 사회적 압박도 받는다고 말했으며, 50%는 고액의 축의금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결혼정보업체 저나이닷컴이 지난 3월 발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약 70%는 전통적 결혼식 연회를 대체할 수 있는 방식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금융회사 직원 장팅씨는 부모님이 주로 초대하는 잘 알지도 못하는 하객들과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관행을 버리고 고향이 아닌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장씨의 부모는 지금까지 낸 축의금이 약 10만위안으로 이번 아들의 결혼식을 친지들이 모이는 즐거운 행사일 뿐만 아니라 축의금을 돌려받는 기회라는 점에서 아들의 계획에 반대했다고 한다.

산둥성 출신인 리원징씨는 최근 동료들의 결혼 관행이 바뀌고 있다며 결혼식을 미리 알리는 대신 결혼 후 사탕 등을 선물하며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리씨는 "직장 동료들과 경계선을 명확히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직장 내 관계에 도움이 된다"라며 "요즘은 이직률이 높아 축의금을 줘도 나중에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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