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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커머스의 그늘…위기에 처한 배달 기사와 골목상권
기사 작성일 : 2024-11-17 07:00:19

전성훈 기자 = 3년 전 배달업을 시작한 이 모 씨는 근래 들어 극심한 시간 압박을 느낀다고 했다.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퀵커머스 배송 건수가 부쩍 늘면서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더 커졌다.

이씨는 "시간당 4건은 배송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며 "신호 위반이나 과속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너도나도 퀵커머스에 뛰어들면서 주문한 상품을 빨리 받아보려는 소비자 편익은 향상됐지만 배달 기사의 업무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사륜오토바이(ATV)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1만6천567건으로 승용차(13만1천921건)와 화물차(2만4천409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륜차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는 392명이었고, 부상자 수는 2만1천318명에 달했다.

교통사고가 집중되는 시간대는 오후 6∼10시로 4천955건(29.9%)에 달했다. 3건 중 1건은 저녁 시간대에 발생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배달앱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일과 주말 저녁 시간대 배달앱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배달 기사 1명에게 1년간 평균 2회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는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배달플랫폼 회사 앞 라이더 오토바이


류영석 기자 = 배달플랫폼-입접업체 상생협의체 제9차 회의가 열리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 기본 배달운임 인상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4.10.30

퀵커머스의 확산과 맞물려 배달 기사들이 이처럼 거리를 질주하게 된 것은 생계를 잇기에는 턱없이 낮은 배달비 때문이다.

배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코로나19 당시 8천∼1만원(평일 점심 기준)이던 건당 배달비가 현재는 3천∼3천500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에 진입하고 배달 주문량이 주춤하자 배달 플랫폼들이 수익성을 따져 일제히 배달비를 낮춘 것이다.

배달 기사 이씨는 "엔데믹이 시작된 뒤 매출이 떨어지자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비는 내리고 자영업자에 대한 배달 수수료는 올리는 식으로 대응해 원성을 샀다"고 지적했다.

현재 배달 플랫폼 기사들의 벌이는 시간당 1만2천∼1만4천원 남짓이다. 여기에 고용·산재보험료와 유류비 등을 제외하면 최저임금(올해 기준 시간당 9천860원)을 조금 웃도는 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시간당 4건을 배달한다는 가정 아래 산정한 액수로 일감 확보 경쟁이 치열한 요즘에는 이마저 쉽지 않다고 한다.

산업연구원의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 정책 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배달 기사는 주당 평균 57시간을 일하고 월 실소득은 256만원 정도다. 주당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소득(206만740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배달 기사라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무리한 배달 일정을 소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유상운송보험과 같은 필수 보험조차 사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토교통부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달 기사의 유상운송보험 가입률은 약 40%에 그친다. 배달 기사 10명 6명은 무보험으로 도로를 달리는 셈이다.

무보험으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피해자는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배달 기사는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하게 된다.

골목상권 침해는 퀵커머스의 또 다른 이슈다.

퀵커머스가 취급하는 품목이 식료품을 포함한 생필품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골목상권이 위축되는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퀵커머스의 골목상권 영향을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과 2021년 8월 사이 배달의 민족 'B마트'가 신규 출점한 5개 지역(관악·강서·강남·대전·김포) 인근 소매유통업체 7만1천370곳의 3개월간 매출 변화를 살펴본 결과 편의점은 8.4%, 슈퍼마켓(SSM)은 9.2%, 커피전문점은 8.5% 각각 매출이 줄었다.

퀵커머스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지역 골목상권의 침체도 두드러진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를 보면 올해 2분기 서울 시내 골목상권의 폐업률은 2.9%로 2022년 동기(2.1%)보다 0.8%포인트 높아졌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현재 속도로 퀵커머스가 확산하면 버틸 수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몇 안 될 것"이라며 "공공 배달 서비스 도입을 포함한 정책적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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